오만한 문화우월주의/이용원 문화부 차장(오늘의 눈)

오만한 문화우월주의/이용원 문화부 차장(오늘의 눈)

이용원 기자 기자
입력 1997-05-07 00:00
수정 1997-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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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신비하고 은밀한 문화를 파헤쳤다고 내세운 다큐멘터리영화 「쇼킹 아시아」가 혐오스럽고 끔찍한 장면 일색으로 일부 관객들이 객석을 뛰쳐나오는 사태가 벌어지고있는 데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는 모양이다.독일·홍콩 합작의 이 영화는 지난해 개봉을 노렸다가 공연윤리위원회 심의에서 일부 장면이 문제돼 극장가에 오르지 못했다.당시는 마침 헌법재판소가 공륜의 사전심의를 위헌이라고 판정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여서 수입사(월드시네마)는 표현자유를 크게 훼손당하기나 한듯 반발했었다.

결국 공륜이 일부장면을 삭제한 내용으로 지난3일 개봉한 이 필름은 그러나 「표현의 자유」와는 다른 본질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영화는 비록 「아시아문화를 깊이 이해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속내는 아시아의 문화와 아시아인을 경멸하면서 이를 구경거리로서 보여주는데 있음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가령 카메라는 싱가포르에서 행하는 게이의 성전환수술 과정을 여과없이 보여준다.수술장면에서 느끼는 끔찍스러움에,수술부위의특성이 더해 관객은 혐오스러울 수밖에 없다.그러면 감독·제작자는 왜 이같은 장면을 넣었을까? 성전환수술이 아시아에만 있는 「아시아적 상황」이기 때문일까?

게이도,게이를 위한 수술도 구미 각국에서 더욱 성할 것이다.그럼에도 독일인 감독은 자국의 수술사례는 외면한 채 아시아를 소개한다는 다큐멘터리에 굳이 이 장면을 넣었다.백인의 성기수술은 촬영하거나 방영할 수 없지만 아시아인의 경우는 상관없다는,오만한 자세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아시아에의 경멸을 보여주는 부분은 숱하게 많다.중국과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동물을 잡아 즉각 요리하는 장면에서는 『동물학대야말로 가장 야만적 행위』라는 독일 역사학자의 말을 인용해 개탄하는가 하면,농촌여성이 돼지새끼에게 젖먹이는 장면의 카메라 앵글은 「너희는 돼지나 다름없다」고 비웃는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백인들의 관음증과 새디즘을 충족시키고자 만든 추악한 필름이다.만약 호기심에 못이겨 이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에게는 그들의 의도를 대목대목 짚어내면서 보기를 권한다.아울러 영화의 수입·개봉 관계자들에게는 『당신은 어느 대륙에서 태어났는가』라고 되묻고 싶다.
1997-05-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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