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끝났어도 「대가성」말은 남아(박갑천 칼럼)

청문회 끝났어도 「대가성」말은 남아(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7-05-07 00:00
수정 1997-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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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받을 생각하지 않는 베풂이 세상에 없는건 아니다.이를테면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에 나오는 「한양 제일부자」 변씨 같은 사람이다.

책만읽던 허생이 아내의 성화에 못견뎌 그를 찾아가서는 다짜고짜 돈 만냥만 꾸어달라고 하자 「두말없이」 내준다.그걸 되받을 생각이 없었음은 허생이 그밑천으로 크게 벌어가지고 와서 10만금으로 갚았을때 되돌려주려 한데서 나타난다.허생이 풍기는 인품에 빠져들었던 때문일까.이 비슷한 내용을 쓴 옛전적들은 많다.「계서야담」 「청구야담」 「동야휘집」 「청야담수」 등등.돈버는데 대한 서민들의 동경심이 꾸며낸 얘기 아니었을는지.

이건 역시 얘기일뿐 실제로 조건없이 남에게 베푼다는게 사람으로서는 쉬운일이 아니다.하다못해 거지에게 적선하면서도 훗날의 복락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것이 사람마음.그같은 마음가닥을 상영부란 사람에게서도 본다.그는 조선명종때 영의정을 지내는 상진의 증조부였다.그가 임천에 살면서 돈놀이로 부자가 되었는데 말년에 그증서들을 모조리 불태우면서 말한다.『혹 후손에게 복이 올지몰라』.그뜻대로 상정승이 나왔다는게 「연려실기술」의 기술이다.

이런 사람마음은 예나이제나 다를게없다.해서 수재의연금 같은것도 신문·방송이 나서서 거둬야 성과가 높아진다.내선행을 남에게 알리고싶은 마음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사람의 빤드러운 심성이 그러하기에 성경은 참다운 베풂이란 보이지않게 하는 것이라야 한다고 가르친다.『사람에게 보이려고 그들앞에서 너희 의를 행치않도록 주의하라.그렇지 아니하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상을 얻지 못하느니라』(마태복음6∼1).또 「전국책」(위)에도 그런뜻의 말이 보인다.『남이 내게 베푼걸 잊어선 안됩니다.그러나 내가 남에게 베푼건 잊지 않으면 안됩니다』.그렇게 하기가 어렵기에 나오는 말들이다.

한보청문회는 끝났다.그러나 있네없네했던 「대가성」이란 말은 남아서 귓전을 맴돈다.어허,이 괴상한 말장난.늙은 어버이도 돈 가져오는 자식을 더 사랑한다는 세상 아니던가.그런터에 되받을 기대없이 외곬으로 베푸는 장삿속의 장사꾼도 세상에 있다던가.장사꾼한테서 적잖은 액수의 「공돈」 받았다고 굴침스레 우겨대는 사람이라면 머리가 좀 이상한거지.어떤 세상이라고.〈칼럼니스트〉

1997-05-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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