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에 버려진 양심들/이원종 서원대 총장(굄돌)

무심천에 버려진 양심들/이원종 서원대 총장(굄돌)

이원종 기자 기자
입력 1997-04-23 00:00
수정 1997-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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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변을 산책하다 보면 밤에 버려진 양심들을 많이 보게된다.

담배꽁초와 휴지는 기본이고 깔고 앉았던 신문지에 먹다 남은 안주,그리고 빈 소주병은 성한 것보다도 깨어서 버린 것이 더 많다.휴일이나 축제라도 있었던 날은 아예 눈뜨고 보기가 거북해지기까지 한다.그러나 이보다 더 큰 낭패감을 느끼게 되는 때는 바로 비내리는 날이다.평소에는 그래도 물고기떼가 보이던 무심천이 공장이나 축산 폐수 그리고 가정 오물까지 흘려버리는 계산 빠른 사람들 때문에 악취 가득한 하수구로 변해 버리기 때문이다.계산앞에서는 양심이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런데 이러한 사례들이 어찌 무심천뿐이겠으며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선 양식있는 국민들이 할 일이겠는가? 환경이라는 잣대로 보면 인류역사 2백만 년은 오염의 역사라는 점에서 우리는 자연 앞에 머리를 숙여야 한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야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하면서 생태계 변화로 새조차 울지 않는 「침묵의 봄」이 올 것임을 경고하고 「하나뿐인 지구」를 외치며 헌장을 채택하는등 유엔이 나섰지만 인류 장래에 대한 보장책은 요원한 것 같다.

로마클럽 보고서는 이미 25년전에 「공업화나 자원소비 등이 70년대 수준으로 계속된다면 경제성장은 100년내에 한계에 도달할 것이며 전 세계는 걷잡을수 없는 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하였으며 5년전 유엔에서도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경제성장 추구는 불가능한 일」임을 인정하였다.지구라는 큰배에 구멍을 뚫고 있는 인류의 어리석음까지를 염려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벚꽃이 줄지어 피는 무심천 공원은 50만 시민의 정원이며 맑은 물은 청주의 자랑인 동시에 몇백 리를 흘러가면 수도권 시민의 마실 물이 된다.감히 누가 그곳을 더럽힐 수 있는가?

젖먹이 잃은 어미의 가슴아픈 사연을 품고 오늘도 무심히 흘러가는 무심천의 물결이 버려지는 양심들로 멍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1997-04-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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