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수사 뒷얘기/조사대상자 명단유출 소환순서 바꿔

한보수사 뒷얘기/조사대상자 명단유출 소환순서 바꿔

입력 1997-02-21 00:00
수정 1997-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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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서 나돌아 수사보다 보안 더 신경/정씨 재산에 집착 돈준 정치인 불어

한보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는 갖가지 소문이나 의혹이 난무했던 것만큼이나 많은 뒷애기를 남겼다.

○…검찰은 특정 조사대상자의 명단 등 「수사기밀」이 일부 언론에 잇따라 보도되자 소환자들의 순서를 두번이나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초 은행장에 이어 신한국당 정재철(전국구)·황병태 의원(경북 문경·예천)을 조사한 뒤 김우석 전 내무부장관과 신한국당의 홍인길 의원(부산 서)과 국민회의 권노갑 의원(전국구)으로 대미를 장식하려 했으나 언론에 홍·권의원의 이름이 집중 거론되자 이들을 먼저 소환했다는 것.

김 전 장관도 황의원을 조사한 뒤 하루 뒤에 소환할 계획이었으나 김 전 장관의 이름이 언론에 보도돼 「김」이 빠지자 소환 일정을 앞당겼다는 후문.

○…수사 관계자들은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 명단이 괴문서 등을 통해 나돌자 보안 80%,수사 20%의 비율로 보안에 더 신경을 썼다고 토로.

특히 검찰 내부에서 수사기밀이유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따라 수사 관계자들을 자체 조사하는 등 한바탕 소동.

특히 정총회장과 고향이 같은 모 중진검사가 표적이 됐으나 혐의가 드러나지 않자 『내부 유출은 아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전문.

그동안 검찰 수사에 협조적이던 한보그룹의 김종국 전 재정본부장이 지난 13일 전격 구속된 것도 수사기밀 유출과 관련해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라는 분석.유출의 진원지는 한보였다는 검찰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시각.

○…홍인길 의원이 제기한 「깃털론」 시비는 결국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검찰에 출두토록 하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

검찰은 홍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여론의 화살이 현철씨에게 집중되자 현철씨를 조사하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는 것.

때마침 한보그룹 창고에서 현철씨 저서 1만여권이 발견됐고,현철씨가 국민회의 의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자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키로 정리.

○…검찰은 수사의 결정적 단서인 정총회장의 입을 여는데 가장 어려움을 겪었다고.

정총회장은 지난 91년 수서사건때 수사관이 뇌물로 준 수표를 들이대면 『수표에 발이 달렸나.왜 여기에 있지』하는 식으로 딴청을 부려 「자물통」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 재산을 지킬수 있다는 보장만 해주면 돈을 준 정치인 50명의 명단을 불겠다』고 할 정도로 재산에 강한 집착을 보이면서 일부 정치인들의 이름을 거론했다고 한 수사검사는 전했다.<강동형·박은호 기자>
1997-02-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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