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슨」사건 불 국제신용에 장애/파트릭 메세를링(해외논단)

「톰슨」사건 불 국제신용에 장애/파트릭 메세를링(해외논단)

입력 1997-02-12 00:00
수정 1997-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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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유력 일간신문 르 몽드는 11일자 경제면에 「톰슨멀티미디어­대우 사건의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파트릭 메세를링 파리국립정치학교 교수의 칼럼을 실었다.이 글에서 메세를링 교수는 『프랑스정부가 톰슨멀티미디어를 대우에 팔기로 한 약속을 번복한 처사에는 프랑스인들의 오해가 작용했으며 앞으로 거시경제차원에서 프랑스가 국제적 신용을 확보해 나가는데 장애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메세를링 교수의 칼럼을 요약,게재한다.〈편집자주〉

10년전부터 정부는 프랑스가 통화와 거시경제에서 「신용」을 얻는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거시경제에서의 신용을 얻기 위한 이같은 노력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아직도 오랜 시간 계속되어야 한다.그런데 프랑스 대외무역 정책,외국투자 관련정책이라는 또다른 중요한 측면에서는 이같은 노력이 엿보이지 않는다.1995년 해외투자가 전세계에서 3천1백50억달러에 달했는데(이는 2년전보다 4배 증가한 수치),두달 전 정부는 톰슨멀티미디어를 한국 회사인 대우에 팔겠다는 약속을 번복했다.

이 일을 프랑스의 외국투자 개방정책에서의 유감스런 예외로 생각할 수도 있다.프랑스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외국인투자가 세계 제3위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대우­톰슨멀티미디어와 관련되어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일어난 항의의 외침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너무나도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대우를 톰슨멀티미디어라는 거대한 회사를 흡수하고자 하는 조그만 회사라고 생각하고 있다.사실은 그 정반대이다.대우같은 큰 회사가 겪은 일은 프랑스에 투자계획을 갖고 있는 모든 다국적 기업을 불안하게 만들었다.이 회사들의 대부분이 톰슨멀티미디어처럼 국가와 관련되어 있는 프랑스 회사들이 장악하는 분야에서 그 투자 가능성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에 대한 오해서 비롯

이러한 불안감은 프랑스에서 외국투자가 어렵기로 유명한 만큼 더욱 빨리 대두되었다.프랑스인들은 외국투자를 자신들의 급여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WTO의 96년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투자와 급여 사이에는 별 관계가 없다고 한다.지난 85년에서 95년사이 스웨덴은 프랑스보다 두배 더 많은 수의 외국투자가들을 받아들였고 독일의 경우는 프랑스보다 8배나 적었는데 이 두 나라의 봉급수준은 프랑스보다 높다.반대로 영국은 프랑스보다 1.5배 많은 투자를 받아들였고 이탈리아의 경우는 프랑스보다 네배나 적었는데 이 두 나라는 프랑스보다 급여수준이 낮다.

또한 다국적기업이 프랑스에서 낮은 급여수준과 고용의 가변성을 찾는게 아니다.이들이 우리나라에서 찾는 것은 특별한 능력과 강력한 생산성이며 정말 양질의 것이라면 높은 봉급을 주고서라도 꼭 사고자 하는 것이다.또한 이들은 가전분야처럼 경쟁력이 세지 않고 강한 보호를 받고 있는 프랑스나 유럽시장에 발을 들여놓고자 하는 것이다.이 경우 이들은 유동성없는 경제내에서 생기는 특권들을 없앰으로써 프랑스 소비자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프랑스내 외국투자가들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의심은 또다른 두려움에서 나오는 것이다.프랑스가 해외에서 행한 투자가 고용을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것이다.이러한 걱정도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이는 국제투자가 특히 OECD 회원국들 사이에서 빈번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95년 프랑스는 이 회원국들에 4백10억프랑을 투자하였으며 이들은 프랑스에 6백40억프랑을 투자하였다.프랑스가 OECD에 속하지 않는 나라에 투자한 것은 프랑스내 투자에 비해 아주 조금밖에 안되는데 3%도 채 안된다.

○“고용파괴” 우려는 잘못

외국인들이 프랑스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지난 몇십년 동안 프랑스 내에서의 외국인투자가 대부분의 산업분야에서 프랑스가 외국에서 행한 투자와 같은 규모라는 사실이다.섬유나 의류 등 수입때문에 매우 경쟁력이 심한 분야에서도 큰 불균형이 없다는 사실은 오히려 프랑스사람들을 안심시켜야 할 것이다.가장 아이러니컬한 것은 대우­톰슨멀티미디어 결합이 이러한 균형의 살아있는 예라는 사실이다.대우가 톰슨멀티미디어를 인수한다면 이는 톰슨멀티미디어 공장의 숱한 아시아 진출을 보완하는 것이다.톰슨멀티미디어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고용주라고 하지 않는가.

이러한 모든 논리는또한 프랑스가 외국투자를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잘못을 범해서는 안되는 이유들이기도 하다.다른 두 가지 이유가 더 있다.거대한 하나의 유럽시장이 설치된다면 이는 몇년동안 또한 외국회사들을 유혹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그러나 이 기간이 지나면 거대한 아시아 공동시장이 출현하여 우리를 유혹할 것이며 우리가 행동해야만 균형을 이룰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무역과 외국투자 등 미시경제에서의 우리의 빈약한 신용은 거시경제에서의 신용에 시작부터 위험한 그늘을 드리우는 것이다.한 정부가 산업과 무역에 관련하여 그렇듯 쉽게 약속을 저버린다면 환율과 관련하여 그 정부를 믿을 수 있겠는가?<불 파리국립정치학교 교수>
1997-02-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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