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 「공시 번복」… 소액주주만 멍든다

무책임 「공시 번복」… 소액주주만 멍든다

김균미 기자 기자
입력 1996-11-12 00:00
수정 1996-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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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조치 미약… 일부 상장사 제도허점 악용/애매한 발언으로 되레 풍문 증폭시키기도

공시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일부 상장사들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최근 소수주주권의 첫 행사로 세인의 관심을 모은 대한펄프의 경우,회사가 「무선통신사업진출 검토중」이라는 6월 4일의 공시내용을 9월 2일 번복,주가가 급락해 촉발된 것이다.

올들어 9월까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곳은 21곳으로 95년(12건)보다 크게 늘었다.이처럼 불성실공시법인이 급증한 것은 한달에서 최고 석달만 「버티면」 이전의 공시내용을 번복해도 별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설령 증권관리위원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제재받더라도 주의 또는 경고에 그쳐 실효가 없다.

여기에 일반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는 각종 「설」에 대한 상장사들의 공시가 「검토중이다」 등등으로 천편일률적이며 이같은 공시내용을 번복해도 제재근거가 미약한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한달만 지나면 뒤집힐수 있는 상장사들의 부인공시보다 오히려 풍문에 의존하고 있다.또 이같은 투자자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상장사들도 없지 않다.「쌍용자동차의 삼성그룹 피인수설」이 대표적인 예이다.

쌍용자동차는 94년 이후 지난 10월 8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삼성그룹 피인수설에 대한 부인공시를 냈다.그러나 부인공시에도 불구,인수협상이 진행중이라는 소문이 끊이질 않아 주가가 등락하고 있다.쌍용자동차측도 일단 부인공시를 했으니 할일은 다했다는 반응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의 부인과 달리 쌍용자동차와 쌍용증권 관계자들은 부인도,시인도 아닌 듯한 애매한 발언을 해 오히려 풍문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8월 기업인수·합병에 관한 공시번복 기한을 한달에서 석달로 연장,요건을 강화했다.그러나 기한보다는 공시내용이 보다 구체적으로 명기돼야 하며 부인공시에 따른 내부자거래에 대한 단속도 강화돼야 한다는 게 증권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과 일본에는 공시번복 가능기한이 따로 없다.그러나 공시내용을 번복하면 상장계약 위반으로 상장폐지나 매매거래정지라는 「엄중한 처벌」을 하고 있다.특히 미국에서는 공시번복이나 허위공시로 투자자가 피해를 보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때문에 공시번복이나 허위공시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김균미 기자>
1996-11-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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