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도서관 알림판/분실물찾기 각양각색

대학도서관 알림판/분실물찾기 각양각색

이지운 기자 기자
입력 1996-10-25 00:00
수정 1996-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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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걸복걸형­“「어머니유품」 꼭 돌려주오”/욕지거리형­“잘ㅁ넉고 잘살아라”/회유형­“지문채취했다 자수하라”

각 대학의 도서관 입구에는 항상 알림판이 마련돼 있다.친구를 찾는 방부터 각종 메모와 함께 분실물을 찾으려는 학생들의 쪽지도 어김없이 붙어 있다.도서관이 유난히 북적대는 중간,기말고사철이면 더 그렇다.

손때가 묻은 교재를 잃어버린 학생부터 오랜 아르바이트 끝에 간신히 장만한 워크맨을 도난 당한 학생까지.그만큼 사연도 각양각색이라 피해 학생들의 대응 방식도 여러가지다.

먼저 가장 흔한 방식은 「애걸복걸형」.『엉 엉 저는 이제 살아갈 수가 없어요.어쩌란 말이에요』 『○○서류만이라도 꼭 돌려주세요.진짜 중요한 겁니다』 이런 경우 「꼭 좀 부탁드립니다」라는 표현은 메모의 짧음에도 서너번씩 반복되기 일쑤다.『어머니의 유품입니다』는 가슴 찡한 사연도 간혹 눈에 띈다.

다음은 「아부형」.상대방이 실수나 부주의(?)로 물건을 슬쩍했을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심기가 불편하지 않도록 애쓴다.『아마 실수로 가져가셨을 겁니다.혹시 제 책이 당신의 책무더기와 함께 묻어간 것 같은데 잘 좀 한번 찾아보시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라는 식이다.

세번째는 「욕지거리형」.어차피 돌아오지 않을 것,애타게 찾으려고 해봐야 마음만 아플 뿐.아예 욕이나 실컷 해 분풀이나 하자는 것이다.「잘 먹고 잘 살아라」가 내용의 주류로 풍자가 가득하다.한번쯤 물건을 잃어버린 많은 사람들에게 대리 만족을 줘서인지 가장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협박 회유형」도 자주 자리를 차지한다.최첨단 시대에 걸맞게 과학적이다.「증거를 포착했고 너의 신분이 노출됐으니 자수하면 살려주마」는 식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서울대 도서관에는 「지문을 채취했다」라는 글이 붙어 한동안 관심이 집중됐다.

『잃어버린 노트북은 현직 검사인 한 선배에게 빌려온 것으로 당신이 남긴 지문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다』며 채취된 지문을 투명테이프로 붙이기까지 했다.〈이지운 기자〉
1996-10-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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