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떼루」가 유행어됨은 세상탓이라(박갑천 칼럼)

「빠떼루」가 유행어됨은 세상탓이라(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6-10-16 00:00
수정 1996-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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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애틀랜타 올림픽후 유명해진 체육인(레슬링 해설가)이 있다.「빠떼루아저씨」로 통한다는 김영준씨.전파매체에 불려다니더니 광고에까지 나온다.그런만큼 그가 쓴 「빠떼루」란 말은 유행어로서 소소리바람을 일으킨다.

「빠떼루」는 레슬링에서 경고를 주는 파르테르 포지션(parterre position)의 「파르테르」에서 왔다.이 프랑스말은 꽃밭·땅바닥을 뜻한다.경고받은 선수가 경기장 바닥에 엎드리는데서 온듯하다.프랑스말은 【p】나【t】가 된소리(경음)에 가깝기 때문에 「빠르떼르→빠떼르」로.김씨 입에서는 그게 「빠떼루」로 나오면서 「일본식발음」이란 말도 있었지만 「르→루」만 뺀다면 오히려 「프랑스식 발음」이라 해야겠다.

이말이 뜻밖의 유행바람을 탄 까닭은 투박하고 구수한 그의 남도사투리에 있다고들 말한다.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세태와도 관계는 있는듯이 보인다.한때 유행한 대중가요 노랫말에 앞을 보나 뒤를 보나 「몽땅 사장님」이란게 있었는데 그말 그대로 앞을 보나 뒤를 보나 「빠떼루」감들 좀많은 세상인가.따져 생각해보자면 이승을 사는 사람치고 「빠떼루」감 아닌 경우는 없다고 함이 더 옳은 표현으로 되는 것이리라.

설교를 받아야할 사람이 언거번거한 설교를 하고 단속을 받아야할 사람이 지더린 단속을 한다.제허물은 덮어둔채 곤댓짓하면서 남더러만 「빠떼루」감이라고 나탈거린다.「송남잡지」 등에 나와있는 속담마따나 『가마밑이 노구솥밑 검다고 하는』것이 세상사.큰 「빠떼루」감들이 작은「빠떼루」감들에게 생청붙이는게 아니던가.「맹자」(리루상편)가 『사람의 잘못된 버릇은 남의 스승되기를 좋아하는데 있다(인지환재호위인사)』고 말한 뜻도 거기 있다.남을 탓하기에 앞서 제 매무새부터 챙기고 제 걸음걸이부터 살피라는 뜻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사회라는 큰 얼개로서 본다면 「빠떼루」란 끊임없이 주고받아야 하는것.불완전한 존재로서의 인간은 그럴수밖에 없고 그가운데서 발전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한판의 레슬링은 그래야 하게 돼 있는 인생무대를 비쳐준다.그러므로 특히 어른들의 「빠떼루」주는 소리는 서릿발 같아야 한다.그 말본새가 시르죽으면 안된다.그럴수있게 어른들 스스로도 몸가짐 마음가짐을 삼갈줄은 알아야겠고.

『지금 빠떼루 주고 있슴다.경기(사회)가 잘 풀리고 있슴다』〈칼럼니스트〉
1996-10-1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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