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운영의 허점(T자형 인재를 찾아라:2)

조직운영의 허점(T자형 인재를 찾아라:2)

김균미 기자 기자
입력 1996-10-04 00:00
수정 1996-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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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많은데 인재가 없다”/과학적·창조적 관리 소홀… 「몸으로 때우기」만 습득

지난 6월 개인휴대통신사업자로 선정된 한솔 PCS는 경력사원 채용공고를 냈다.선발예정인원 2백명에 6천여명이 몰렸다.그러나 선발된 인원은 절반수준인 1백명이었다.이보다 앞서 5월 경력사원을 모집한 한솔텔레콤도 사정은 비슷했다.40명 모집에 4백여명이 지원했지만 최종 선발인원은 15명에 그쳤다.

「사람은 많은데 정작 필요로 하는 자격을 갖춘 사람은 없었다」는 것이 이들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설명이다.최근 몇년사이에 급증한 정보통신분야의 인력수요를 공급이 따라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성격은 다르지만 사람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또다른 예가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한 선경인더스트리이다.명예퇴직제는 꼭 필요한 우수인재가 이탈할까봐 섣불리 도입하지 못했던 제도지만 선경은 이런 위험을 감수,사원에게까지 확대 실시했다.인사담당자는 우수인재의 이탈로 생긴 공백은 3년내에 극복할 수 있다는 말로 주위의우려를 떨쳤다.이를 뒤집어보면 그만큼 핵심인력이 적다는 얘기도 된다.기업의 경쟁력에서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았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기회있을 때마다 인재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으면서 기업들이 아직까지 「사람이 없다」는 푸념을 늘어놓는 원인은 어디에 있나.임직원 개인차원보다는 조직에 있다는 것이 경영컨설팅전문가들의 지적이다.기업조직,기업풍토가 능력있는 인재의 양성 및 화이트칼라의 생산성향상을 방해,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일재 LG경제연구원 이사는 기업들의 인재부족은 관행 우선,부가가치를 무시한 비과학적인 조직운영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인사부서 직원의 경우 각종 증명서발급 등 반복적인 단순업무에 치여 정작 인력운영과 같은 기획성업무를 처리할 기회가 적어 자연히 전문과정의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또 일을 통한 과학적인 업무습득이 전무한 것도 고급인력의 빈곤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80년대 중반부터 기업들에 확산됐던 직무훈련(OJT),실제 직무를 수행하면서선임자로부터 개별·훈련지도를 통해 직무수행능력을 개발하는 이 제도가 제기능을 못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요구와 경쟁사 제품과 품질을 비교 분석해 매출을 늘리는 방법을 강구하라고 업무지시를 내리기보다 무조건 「매출을 올리라」는 식의 명령이 과학적·창조적인 방법보다는 몸으로 떼우는 손쉬운 방법만 모색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권영제 LG전자 제2혁신팀 이사는 대학교육도 문제지만 연공서열과 온정주의적 기업풍토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그는 『사람이 없다는 소리는 조직내 인사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며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능력에 대한 확신결여,노파심과도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서구기업들처럼 사람을 키우기보다 스스로 크도록 내버려둔 풍토도 문제다.<김균미 기자>
1996-10-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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