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메”/김기수 가 메모리얼대 교수(굄돌)

“이지메”/김기수 가 메모리얼대 교수(굄돌)

김기수 기자 기자
입력 1996-10-02 00:00
수정 1996-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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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아이를 가르쳐 좋은 길로 인도하는 곳이다.그리고 학교 다니는 「아이」는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다.그런 아이가 어른 뺨치게 나쁜 짓을 한다.동료를 괴롭히고 금품을 갈취한다.괴롭히는 방법이 잔인하고 갈취행위 또한 악랄하다.한두번에 그치지 않고 1년이고 2년이고 끝없이 되풀이한다.일본서는 그것을 「이지메」라 하는데 한국서도 이 말을 흔히 그대로 빌려 쓴다. 이지메는 일본이나 한국에 특유한 문제인 듯하다.영어에도 비슷한 말이 없지 않지만 그런 말을 써서 학생문제를 논하지는 않는다.

흔히 이지메를 청소년비행이라고 본다.굳이 잘못이랄 수는 없지만 설득력도 별무한 관점이다.청소년비행은 대개 행동이 정상의 생활궤도를 벗어난 데서 비롯한다.가정빈곤이나 부모의 이혼,학교생활부적응 등으로 인해서 빗나가 못된 짓도 하고 죄도 짓는 것이 비행이다.이지메하는 아이는 이와 다르다.중학생인 조카한테 듣자니 그런 아이는 대개 가정도 유복하고 공부도 잘한다 한다.이지메의 대상은 대개 자기네보다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는 아이다.이지메도 비행임에는 틀림없지만 여느 비행과는 상당히 다른 셈이다.

어느 일본인학자는 아이가 입시지옥에 시달리다 보니 그런 짓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부모 말 잘 듣고 상급학교 가기 위한 공부도 잘해서 모범생은 됐으나 불만은 마음속에 응어리져 마침내 이지메라는 비행으로 분출한다는 뜻이다.그러나 이런 설명도 미진하기로는 마찬가지다.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아이가 분풀이할 때 하필 자기보다 못한 아이를 괴롭혀야 할까.

정답의 열쇠는 아무래도 입시경쟁의 「성격」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입시경쟁의 특성은 남을 앞지르는 데 있다.여기서 선두에 달리는 아이가 우월감에 사로잡혀 뒤에 쳐진 아이를 깔보는 버릇은 우리 시절에도 흔히 봤다.이런 버릇이 악화되면 열등한 아이를 적극적으로 괴롭히게 될 수도 있으리라.

그런데 이런 일은 입시경쟁에 한하지 않는다.일본이나 한국에는 약자를 깔보고 괴롭히는 어른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이지메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필진이 바뀝니다◁



10∼11월에는 김기수(캐나다 메모리얼대 교수)·조윤애(고려대 안암병원 안과과장)·주명수(변호사·목사)·최연종(은행감독원 부원장)씨가 맡습니다.8∼9월에 수고해주신 공유식·권원태·김승경·노희상씨께 감사드립니다.
1996-10-0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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