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평화상(외언내언)

서울평화상(외언내언)

송정숙 기자 기자
입력 1996-09-13 00:00
수정 1996-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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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의사회」­제3회 서울평화상을 타게 된 이 단체가 퍽 돋보인다.상탈 주인공이 잘 골라진 느낌이 든다.지구촌가족을 차별없이 구호하여 적십자사와 더불어 인도주의의 대명사로 통하는 단체의 수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다.탄생되면서부터 겪은 숱한 우여곡절을 극복하고 마침내 이렇게 괜찮은 운영의 결실을 실현시킨 이 상의 행로가 우리를 더욱 기껍게 하는 것이다.

서울평화상은 우리가 만든 상이다.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그것을 기리기 위해 만든 상이다.한반도만큼 「평화」가 절실한 땅은 지구상에 없다.그 땅에서 인류평화에의 기여에 커다란 발걸음을 내디딘 서울올림픽의 공은 우리가 생각해도 대견하기 그지없다.그 정신을 담은 상이 만들어진 것은 당연하고도 잘된 일이지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 상이 시련을 동반하고 출발한 것은 우리의 불행이었다.상에 잘못이 있기보다는 우리의 그 시대에 대한 자괴가 만든 사시적 습성의 탓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갖가지 우여곡절을 통과한 「서울평화상」이 「국경 없는 의사회」 같은 단체를 수상자로 하면서 재출발하는 일이 다행스럽다.재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구호의 손길을 펴는 그 인도주의 이념도 좋고 애만 태우지 손길을 뻗기조차 어렵게 하는 북한에까지도 구호의 손길이 닿게 한 활동도 고맙다.기릴 만한 덕행이 지구촌에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발굴해 보여준 점도 기쁘다.

또한 「서울평화상」이 최악의 불행인 「폐지의 운명」을 극복하고 이렇게 거듭난 일이 특별히 반가운 것은,우리에게 「서울올림픽」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식민지에서 회생하여 가난의 바닥을 차고 도약한 세계의 마지막 분단국이 만들어낸 「기적의 드라마」.생각하면 문뜩 가슴이 뜨거워지는 이 「성공의 작품」을 우리는 너무 폄하시켜왔다.그 자괴의 콤플렉스에서도 우리는 이제 벗어나야 한다.거듭난 「서울평화상」이 그 선행이기를 기대한다.<송정숙 본사고문>
1996-09-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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