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강박관념 예전보다 한층 강해져”/치연한 장면 연결 “한편의 괴기영화”
남진우씨의 두번째시집 「죽은 자를 위한 기도」가 9월초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다.문학평론가로 더 많은 글을 써온 남씨는 81년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하지만 90년에야 첫 시집 「깊은곳에 그물을」을 묶어낼 정도로 시를 아껴왔다.
역시 한참의 침묵끝에 나온 새 시집은 처연한 장면들이 그물코처럼 이어져 책전체가 한편의 괴기영화같다.가시돋친 육체,폐와 머리를 채우는 재들,피처럼 끈적거리는 검은 물 등의 이미지들은 쉬운 전망을 거절한 채 일제히 죽음을 향해 떨어져내리고 있다.
불온하다고 내쫓긴 죽음은 이 속에서 끊임없이 삶과 접선을 시도한다.<멀리서부터 서서히 천둥소리가 다가오는 밤/소름끼치는 한밤의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 내 귓전에/죽은 자들의 차디찬 음성이 메아리친다>(「목소리심야통화」중)
죽은 이를 태운 검은 돛배가 간밤 우리의 잠자는 머리맡에 닻을 내린다고 해서 삶의 현실원칙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다만 <가끔씩 모여/(죽은 이에)대한 기억을 씻어내기 위해 떠들고 술을 마시고/밤새도록 화투짝을 두드릴뿐/죽은 자들이 보내는 다정한 미소를 등 뒤로 느끼며/…서로를 죽이기에도> 바쁜(「증언」중) 삶의 심연에 눈뜬 이는 더이상 안주의 일상에 실려가지 못한다.공기조차 <결코 부드럽지 않다/틈만 나면 날카로운 가시로 나를 찌른다>(「악몽연습」중)는 불모성을 통각하기 때문이다.
문학동네 기획실장으로 출근하랴,평론하랴 눈코뜰새 없지만 남씨에게는 소나기밥 먹듯 시가 폭발할 때가 있다.이번 시집도 2∼3년전 몇달간 집중적으로 몰아쓴 시들이 중심이 됐다.그는 이번 시집을 『탐미적 낭만주의에 기울었던 첫 시집에 비해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종말론적 상상력이 한층 강해졌다』고 문학평론가답게 조목조목 자평해 주었다.<손정숙 기자>
남진우씨의 두번째시집 「죽은 자를 위한 기도」가 9월초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다.문학평론가로 더 많은 글을 써온 남씨는 81년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먼저 등단했다.하지만 90년에야 첫 시집 「깊은곳에 그물을」을 묶어낼 정도로 시를 아껴왔다.
역시 한참의 침묵끝에 나온 새 시집은 처연한 장면들이 그물코처럼 이어져 책전체가 한편의 괴기영화같다.가시돋친 육체,폐와 머리를 채우는 재들,피처럼 끈적거리는 검은 물 등의 이미지들은 쉬운 전망을 거절한 채 일제히 죽음을 향해 떨어져내리고 있다.
불온하다고 내쫓긴 죽음은 이 속에서 끊임없이 삶과 접선을 시도한다.<멀리서부터 서서히 천둥소리가 다가오는 밤/소름끼치는 한밤의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 내 귓전에/죽은 자들의 차디찬 음성이 메아리친다>(「목소리심야통화」중)
죽은 이를 태운 검은 돛배가 간밤 우리의 잠자는 머리맡에 닻을 내린다고 해서 삶의 현실원칙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다만 <가끔씩 모여/(죽은 이에)대한 기억을 씻어내기 위해 떠들고 술을 마시고/밤새도록 화투짝을 두드릴뿐/죽은 자들이 보내는 다정한 미소를 등 뒤로 느끼며/…서로를 죽이기에도> 바쁜(「증언」중) 삶의 심연에 눈뜬 이는 더이상 안주의 일상에 실려가지 못한다.공기조차 <결코 부드럽지 않다/틈만 나면 날카로운 가시로 나를 찌른다>(「악몽연습」중)는 불모성을 통각하기 때문이다.
문학동네 기획실장으로 출근하랴,평론하랴 눈코뜰새 없지만 남씨에게는 소나기밥 먹듯 시가 폭발할 때가 있다.이번 시집도 2∼3년전 몇달간 집중적으로 몰아쓴 시들이 중심이 됐다.그는 이번 시집을 『탐미적 낭만주의에 기울었던 첫 시집에 비해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종말론적 상상력이 한층 강해졌다』고 문학평론가답게 조목조목 자평해 주었다.<손정숙 기자>
1996-08-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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