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아메리칸 드림/김재영 워싱턴특파원(오늘의 눈)

화이트 아메리칸 드림/김재영 워싱턴특파원(오늘의 눈)

김재영 기자 기자
입력 1996-08-16 00:00
수정 1996-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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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브 돌 후보를 위한 잔치인 샌디에이고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차고 넘치는 말은 당연히 「돌」이지만 「아메리칸 드림」이란 추상명사도 이에 버금가게 대회장을 울렸다.

연설 서너마디하곤 어김없이 돌의 이름을 연호하는 연사들은 아메리칸 드림 또한 서너번씩은 연설 중간에 언급한다.1백쪽이 넘는 정강정책의 총 주제부터가 「아메리칸 드림의 회복」이며 80명이 넘는 연사들의 연설로 요란한 이 대회도 결국 아메리칸 드림,미국의 꿈을 위해 보브 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그런데 오색 색깔도 찬란한 대회장에서 난무하고 있는 공화당의 이 아메리칸 드림이 너무 「백색」이 강렬해 다른 색깔들은 죽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미국인이 아닌 국외자의 인상이나 미국을 생각하면 아메리칸 드림이 쉽게 연상되는 외국인의 가슴에는 선듯 와닿지 않는 단색의 드림으로 보여진다.출신을 따지지 않고 동등하고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아메리칸 드림을 「미국인」이 다시 가슴에 품으려면,빈곤층·이민자에게 쓰여지는 예산을 깎아서라도 세금을 덜 거두어야 한다는 것이다.재정적자를 보면서까지 연방 복지프로그램을 유지하려는 클린턴 대통령의 정책이 미국인의 가슴으로부터 아메리칸 드림을 빼앗아갔다고 연사들마다 맹공을 퍼부었다.

대회 첫날 흑인 전 합참의장 콜린 파웰은 링컨의 당인 공화당은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빅 텐트」라고 강조했지만 공화당이 회복하고자 하는 꿈의 색깔엔 특히 흑색이 너무 약해 보였다.어느 나라나 내국 정책은 복잡다단하고 미묘해 외국인이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고,미국의 민주당이나 공화당은 외국인에겐 대동소이한 정당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두당간에 분명한 차이점의 하나는 흑인중 10% 정도만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사실이다.당원·지지자의 구성내용이 정강 결정에 큰 역할을 할 것은 틀림없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대의원들의 면모 때문에 흔히 골프 컨트리클럽장으로 비유되곤 한다.색색으로 현란하게 장식된 이번 대회장에서 울려퍼지는 「미국의 꿈」은 오색찬란하지 못하고 너무 「화이트」해 보였다.
1996-08-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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