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 피습과 운영 문제점/근무체계 허점·인력난 노출

파출소 피습과 운영 문제점/근무체계 허점·인력난 노출

김경운 기자 기자
입력 1996-08-10 00:00
수정 1996-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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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교대·순찰강화로 야간 내근자 1명뿐/무기·실탄 등 노린 습격·난동땐 속수무책

9일 새벽 발생한 서울 송파경찰서 잠실 1파출소 경찰관 피습 및 총기 강탈사건은 공권력에 대한 정면도전과 다를 바 없는 강력범죄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범인은 공권력의 「심장부」까지 쳐들어와 근무 중인 경찰관을 살해하고 무기를 탈취해 달아났다.

갈수록 흉포화하는 강력범죄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하지만 이번 사건은 1차적으로 열악한 파출소 근무체계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사건발생 당시 파출소에는 조성호 경사(45) 혼자 뿐이었다.그날 밤 야근조인 나머지 4명은 규정대로 도보순찰과 112차량 순찰에 나섰기 때문이다.지난 94년 민생치안 문제가 대두되면서 파출소 내근자를 2명에서 1명으로 줄이는 대신 야간 방범순찰을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 시내 파출소에서는 대체로 10∼15명이 24시간 간격으로 맞교대한다.그러나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잠실 1파출소는 시범적으로 12시간씩 3교대로 운영되고 있다.

범죄 취약 시간대인 밤 10시 이후에 혼자 남은 근무자는 일상적인 잡무 처리에도 벅차다.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랴,순찰자와 본서와의 무선교신을 이어주랴,민원인의 안내 및 본서 순시자에 대한 보고 등으로 화장실에 갈 여유조차 없다.취객이 난동이라도 부리면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파출소 무기고에는 M­16소총과 카빈 소총 각각 1정과 실탄이 비치돼 있다.따라서 무기를 탈취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파출소를 습격한다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이같은 사정은 서울 시내 6백4개 파출소가 모두 마찬가지다.

모든 운영 권한이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된 방범대원은 해마다 줄고 있다.현재 파출소당 방범대원은 2명 뿐이다.파출소에 배속된 전·의경도 내무관리의 효율성 때문에 모두 경찰서 기동대 소속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일선 파출소 근무자들은 절대 인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서와 순찰 근무자에게 지원을 요청한 뒤 먼저 혼자 출동한다.이 때문에 출동한 경찰관이 범인에게 도리어 당하는 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지난 6월 서울 방배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새벽에 혼자서 10대 3명을 불심 검문하다 오히려 폭행을 당하고 권총을 빼앗긴 일이 있었다.또 지난해 6월에는 경기도 광주경찰서 중부파출소 소속 야간 근무자가 절도 신고를 받고 혼자 출동했다가 범인 3명에게 야구방망이로 구타당하고 권총과 함께 현금까지 털린 사건도 발생했다.

파출소의 한 근무자는 『새벽에 혼자 파출소에서 근무하다 보면 밤새 아무 일이 없기만 간절히 바란다』며 『시국사건이라도 터지면 야근 다음 날에도 불려나와야 하기 때문에 2∼3일 간 눈조차 제대로 못붙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호소했다.

일선 지·파출소가 사건발생 빈도 등에 상관없이 행정구역 단위로 운영되는 것도 치안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김경운 기자>
1996-08-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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