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원씨 자전적 장편 「여자에 관한 명상」

송기원씨 자전적 장편 「여자에 관한 명상」

입력 1996-08-01 00:00
수정 1996-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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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자기학대의 젊은날 광기/작가와 친구들의 대학시절 실제체험/아웃사이더의 위악적내면 끝까지 해부

작가 송기원씨의 자전적 장편 「여자에 관한 명상」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지은이가 지난 10월부터 계룡산 갑사에 삭발 은거해 썼다해서 더욱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대학 문예창작과 재학시절 작가와 친구들의 실제체험을 토대로 하고있다.이들의 젊은 날은 막 벌어질 꽃봉오리의 눈부신 수줍음이 아니라 파행과 자기학대로 얼룩진 광기의 나날이다.

주인공 윤호는 장돌뱅이 사생아의 자식이라는 자신의 뿌리를 얽은 곰보얼굴처럼 빠져 달아날 수 없는 치부로 여긴다.성장환경 탓에 그는 누구보다 일찍 여자에 눈떴고 자신보다 더한 쓰레기들인 주인공들에 안도하며 문학책에 빠져 들어간다.하지만 그에게 문학과 여자는 구원이 아니라 더욱 늪으로 빨아들이는 매개체로 나타난다.그가 여자를 만나는 방식은 강간과 매춘,불장난의 대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문학적 재능은 삶의 전모를 혼돈이라 제시하는 초현실주의로만 이끌리는 것이다.

우리 문학에 성장소설이나 예술가소설은 많지만 아웃사이더의 위악적 내면을 이처럼 끝까지 밀어붙인 예는 드물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독특하다.지옥까지 추락하기를 자처하는 한 젊은이의 삶이 희귀한 탐미적 울림으로 빛난다는 것은 과연 문학의 역설적인 힘같이 보인다.

그러나 자신의 탓이 아닌 상처와 치부라 해도 하나의 통과의례를 거쳐 성인이 된 이라면 이를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각성에 이르게 되는 것 아닐까.치부에 대한 광태의 통과의례였던 이 작품 이후 위악적 세계관을 넘어설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손정숙 기자〉
1996-08-0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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