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들의 U턴/이강숙 예술종합학교 교장(굄돌)

어머니들의 U턴/이강숙 예술종합학교 교장(굄돌)

이강숙 기자 기자
입력 1996-07-25 00:00
수정 1996-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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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에 고등학교가 있다.이 고등학교옆에 네거리 신호등이 있다.아침이 되면 등교하는 학생들로 네거리는 붐빈다.수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향해서 걷는다.그들의 모습은 싱싱하고 아름답다.

이 네거리에서 못마땅한 일이 벌어진다.등교를 돕기 위해서 아침 일찍 아들을 태우고 어머니들이 차를 몬다.어머니들은 50여m앞에 있는 네거리의 신호등과 마주친다.어머니들은 건너야 할 네거리를 건너지 않고 신호등 근방에서 아들을 내려주고 무리한 차선변경을 한후 허용되지 않는 U턴을 한다.오던 길을 되돌아가려면 U턴을 해야 시간단축이 된다.이 지역에서의 U턴은 위법이다.그러나 어머니들은 막무가내다.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등교를 도와주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은 갸륵하다.그러나 부모들이 자식을 학교에 보내는 이유는 무엇인가.자식들을 사람되게 하려고 학교에 보내는 것이 아닌가.사람이 되라고 학교에 보내는 어머니가 아들앞에서 U턴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부모에게 자식은 더 많이 배운다.자기편리를 위해서는 남의 사정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어머니로부터 배우는 것이라면 그 자식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그 어머니들은 자식에게 『너는 공부나 열심히 해라,내가 U턴을 하든 말든 상관말고,공부만 해서 바라는 대학에 합격이나 해라』고 말할 것이다.만약 모든 어머니들의 말이 이렇다면 우리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옳은 일을 하기 위해서 나쁜 일을 해도 되는 사회의 앞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매일 아침 보게되는 U턴 모습은 나를 오늘도 걱정스럽게 한다.

1996-07-2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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