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로비용 미국도 분담해야(사설)

경수로비용 미국도 분담해야(사설)

입력 1996-07-22 00:00
수정 1996-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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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에만 떠넘기는 건 「공조」 아니다

북한에 지어줄 경수로건설비용이 당초예상보다 턱없이 높아지고 미국이 건설비분담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함에 따라 앞으로 건설비분담을 둘러싼 한·미·일 3국간의 외교적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스티븐 보스워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이 이 일로 23일 서울에 올 예정이고 연내에 협상이 이루어져야 하나 아직 아무 윤곽마저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전력이 지난 15일 KEDO에 낸 「경수로건설개략사업비」에 따르면 총건설비가 6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이는 당초예상보다 무려 17억달러나 늘어난 액수다.한전측은 그동안의 인플레및 북한 신포지역에 대한 인프라투자,수송비용증가등이 인상요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누가 이 돈을 낼 것인가에 있다.핵합의가 이루어질 무렵 비용분담과 관련,한국이 60∼70%,일본이 20∼30%,미국이 10%내외를 부담하게 될 것이란 얘기가 나돌았다.그러나 이 분담비율은 공식적으로 합의된 것이 아니었다.그런데 미국의회는 지난해 12월미행정부가 제출한 대북경수로지원예산 9백만달러를 이미 삭제한 바 있고 미행정부는 최근 의회에 낼 97년 예산안에 경수로비용항목마저 빼버렸다.따라서 미국의 분담률은 10%가 아니라 지극히 상징적인 액수마저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회의 논리는 미국이 북한핵을 돈주고 샀다는 명분을 줄 수 없다는 것과 미국은 김영삼 대통령이 94년 8·15경축사에서 『북한의 핵투명성이 보장된다는 전제하에서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줄 수 있다』고 제의한 이른바 「민족발전공동계획구상」에 근거해 북한과 핵합의를 이끌어냈기 때문에 미국이 돈을 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KEDO의 집행이사국이자 핵합의주체인 미국이 돈을 한푼도 내지 않을 경우 한국정부는 분담률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는 것은 물론이겠지만 국내의 비판여론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한국의 일반여론은 북한핵억제의 필요성은 한국이나 일본에 못지않게 미국의 이해가 더 크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비용이 이렇게 늘어남에 따라 일본도 분담금에 난색을 표할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이 분담금을 내지 않을 경우 상업적 참여제한을 검토할 수 있으나 경수로의 핵심부품은 미국의 기술지원이 불가피한 데다 한전·CE사 양해각서를 통해 미국 CE사의 일정지분이 확보돼 있어 제재가 사실상 어렵다.미국은 돈은 내지 않겠지만 KEDO운영권장악은 물론 챙길 것은 다 챙기도록 여러 장치를 사전에 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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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담금문제는 부담도 부담이려니와 정치적 의미도 있어 정부당국자의 표현대로 「정말 어려운 사안」이다.정부는 미국이 핵억제정책추구에 따른 나름대로의 분담금을 낼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지만 일본과도 사전협의를 통해 마찰을 최대한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1996-07-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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