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질로 승부하자(사설)

신문 질로 승부하자(사설)

입력 1996-07-19 00:00
수정 1996-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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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까지 부른 신문판매촉진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 신문시장의 왜곡성,나아가 한국언론의 전반적인 문제점이 폭넓게 논의되고 있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런 문제들이 개선되고 해결될 수만 있다면 그나마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많이 파는 신문이 최고라는 신문기업측의 고정관념이 있고 많이 보는 신문이 좋은 신문이란 광고주와 독자의 사회통념이 존재하는 한 판촉경쟁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사회통념이란 그렇게 쉽게 고쳐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질이 그만그만한 데도 문제가 있다.질이 비슷하고 신문마다 성격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판촉으로 승부를 내려 한다.광고가 신문사수입의 70%대를 오르내리는 경영구조상의 문제도 있다.이런 구조에서 신문은 어떻게든 부수를 늘려 광고수입을 올리려 할 것은 자명하다.

언론의 권력화와도 관련이 있다.언론이 권력화함으로써 언론재벌이나 재벌언론은 경영 이전에도 부수를 늘려 신문의 영향력을 최대화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신문계는 이런 여러가지 문제를 살피고 기존의 제작관행이나 판매행태를 개선할 때가 되었음을 인식해야 한다.신문부수경쟁이 이미 최악의 사태를 빚었고 국민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대로는 신문이 자멸을 자초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구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되게 돼 있다.

그러자면 신문업계는 이미 노출된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판촉경쟁을 스스로 포기해야 한다.신문이 자성하지 않으면 외부의 압력이 작용하게 된다.이는 언론자유를 스스로 버리는 자해행위나 진배없다.

다음으로는 「바른 언론을 위한 시민연합」이 나선 것처럼 시민과 독자층이 나서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피해는 결국 독자가 보게 돼 있다.독자는 스스로 선택할 권한이 있다.뒤늦게 공정거래위원회가 대안모색을 하고 있지만 공정거래위는 신문판매시장의 엄연한 불공정행위를 계속해서 방치해서는 안된다.

부수공사제도(ABC)도 합리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충분한 실사없이는 부수공인이 잘못된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공사제도 자체가 스스로 신뢰를 잃게 된다.광고주는 물론 경쟁상대마저 승복할 수 있는 공신력을 얻기 위해서는 확실한 실사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ABC 자체의 존립기반이 문제될 수 있으며,비정상적이고도 극한적인 부수경쟁을 오히려 조장할 우려마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최종적으로는 신문 스스로 달라져야 한다.전자매체가 급격히 신문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때에 신문이 구태의연한 판촉경쟁이나 하고 있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전자매체나 방송매체가 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을 개척해나가야 할 것이다.그러기 위해서는 신문기사의 질만이 타매체와의 차별화를 기할 수 있을 것이다.또 각 신문은 각기 다른 특색 있는 얼굴을 지니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특색 없이 무엇으로 경쟁할 것인가.

신문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1996-07-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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