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기 군사정권 시절 그 권력 핵심이 벌인 어떤 정치적 결정에 아주 원론적인 이의를 제기했다가 많은 불이익을 당한 인사가 있다.그 삼엄한 분위기에서 그가 시도한 소수의견의 제기는 너무 순진한 것이어서 무모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후 그에게는 이런 저런 매체들이나 자리에서 그를 불러 그때 일을 깨놓고 들어보자고 유혹하는 경우가 숱했다.그러나 그는 『내가 몸담고서 함께 일해온 곳이고 그 동료이며 상사들이 건재한데 내가 그런 말을 털어놓는 것은 도리가 아니므로 다음 시기에 보자.』고 대답했다.오래잖아 『세상이 바뀌는』 대변혁이 찾아왔고 여러가지로 자유로운 시대가 찾아왔으므로 그에게는 비슷한 주문이 다시 더 많이 들어왔다.그러자 이번에는 『동지로 뜻을 함께 하기로 맹세했던 어른인데 여러사람이 돌을 던질때 나까지 던지는 짓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듣지 않았다.그러고도 많은 세월이 지난 뒤에 이제는 오래된 일이므로 역사를 기록한다는 뜻에서 그때 일을 말하자고 조르는 매체가 계속 유혹을 하지만 여전히 그는 듣지않는다.『재임때 일을 재야에 나와서 밝히는 것은 공직을 지낸 사람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고 옛날 일을 새삼스럽게 예기하다 보면 아전인수로 내게 유리한 얘기만 하게 될지도 모르므로 불공정한 것같아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워낙 얼어붙었던 때의 일이라 그의 행동은 아직도 전설처럼 전해져오고 있다.그후 세상이 여러번 뒤집히고 변하여 그 시절에 「용기」와는 아무 관계도 없었던 일까지를 무용담으로 윤색해서 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거기 비하면 그의 일화는 아직도 신선하게 인구에 회자한다.
여러 시절을 겪다 보니까 이런 정도의 인품을 유지하는 일도 쉽지 않음을 알게 한다.정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약속이 틀리지않나.내돈 돌려달라』고 악을 쓰는 사람도 있고 온갖 독설로 옛날 몸담았던 곳에 날카롭게 생채기를 입히는 사람도 있고 구정물을 퍼부으며 욕을 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까지 온갖 충성을 맹세해오던 세력을 향해 「낙제××,퇴장!」하며 붉은카드를 흔드는 나이든 여성정치인의 치기는 숫제 희극스럽다.
오래오래 누려오던 옛집이 아주 기울기 전에 살던집 살림을 주섬주섬 챙겨들고 남의집으로 흥정해 들어가서는 『내집에 온것 같다』는 감회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원래가 나는 이곳 체질이었는데 그쪽에 가담했던 것은 강간당하듯이 억지로 당한 일이었다』고 원색 발언을 서슴지 않는 사람도 있다.그런 식으로라도 충성의 말을 해야 할 만큼 새로간 곳에서 견뎌야 하는 입장이 가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이해해야 하는가 싶어 서글프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입맛이 소태같은 것은 변호사출신 옛 민주인사의 독설이다.그에게 있는 민주화시절의 지사적인 이미지는 아직도 우리에게 좋게 남아 있으므로 그가 아무말 하지 않고 밀려나면 오히려 애석함이 발동할수 있을 듯한데 그렇지 못한건 안됐다.
이 살벌한 배반의 계절에 그래도 그에게서는 다른 모습을 볼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그런 것은 보이지 않는다.분하고 억울한 나머지,또 혼자라도 뛰어야 하는 앞날을 생각해서 뭔가 심한 말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그러나 그렇다면 더욱 그러지 않는 것이 전략상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이란 살다 보면 누구나 고무신을 거꾸로 신을 일도 피치 못할 경우가 있고 더구나 정치의 세계에서는 누구도 변절에 관해 장담할수 없다.그러므로 사람들은 그런 때 어떻게 처신하는가에 대해서도 기대하며 지켜본다.좀 원숙한 처신을 기대했던 사람이 그러지 못하고 앙앙불락하여 막소리를 하는 일은 보기에 괴롭고 잊히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요즘은 정치집단간에 차별도 구별도 없이 유동이 빈번해진 계절이다.그것이 시대의 풍조라면 이런 때 「헤어지는 미학의 모범이라도 보고 싶다.그러나 아직 그런 것을 보여주는 철들어 보이는 사람은 없다.헐뜯고 증오하고 원한을 토로하는 기운만 대기권에 충만해있는 것같아 요즘 젊은이들 유행어대로 「썰렁」한 느낌이다.
『내가 이 우물 다시는 마시나 봐라!』하고 침뱉고 돌아섰다가 3년안에 다시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관에 누워서도 막말은 하지 말아라』라고 가르치시던 옛날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난다.얼마나 깊고도 아름다운 말인가.〈본사 고문〉
그후 그에게는 이런 저런 매체들이나 자리에서 그를 불러 그때 일을 깨놓고 들어보자고 유혹하는 경우가 숱했다.그러나 그는 『내가 몸담고서 함께 일해온 곳이고 그 동료이며 상사들이 건재한데 내가 그런 말을 털어놓는 것은 도리가 아니므로 다음 시기에 보자.』고 대답했다.오래잖아 『세상이 바뀌는』 대변혁이 찾아왔고 여러가지로 자유로운 시대가 찾아왔으므로 그에게는 비슷한 주문이 다시 더 많이 들어왔다.그러자 이번에는 『동지로 뜻을 함께 하기로 맹세했던 어른인데 여러사람이 돌을 던질때 나까지 던지는 짓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듣지 않았다.그러고도 많은 세월이 지난 뒤에 이제는 오래된 일이므로 역사를 기록한다는 뜻에서 그때 일을 말하자고 조르는 매체가 계속 유혹을 하지만 여전히 그는 듣지않는다.『재임때 일을 재야에 나와서 밝히는 것은 공직을 지낸 사람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고 옛날 일을 새삼스럽게 예기하다 보면 아전인수로 내게 유리한 얘기만 하게 될지도 모르므로 불공정한 것같아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워낙 얼어붙었던 때의 일이라 그의 행동은 아직도 전설처럼 전해져오고 있다.그후 세상이 여러번 뒤집히고 변하여 그 시절에 「용기」와는 아무 관계도 없었던 일까지를 무용담으로 윤색해서 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거기 비하면 그의 일화는 아직도 신선하게 인구에 회자한다.
여러 시절을 겪다 보니까 이런 정도의 인품을 유지하는 일도 쉽지 않음을 알게 한다.정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약속이 틀리지않나.내돈 돌려달라』고 악을 쓰는 사람도 있고 온갖 독설로 옛날 몸담았던 곳에 날카롭게 생채기를 입히는 사람도 있고 구정물을 퍼부으며 욕을 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까지 온갖 충성을 맹세해오던 세력을 향해 「낙제××,퇴장!」하며 붉은카드를 흔드는 나이든 여성정치인의 치기는 숫제 희극스럽다.
오래오래 누려오던 옛집이 아주 기울기 전에 살던집 살림을 주섬주섬 챙겨들고 남의집으로 흥정해 들어가서는 『내집에 온것 같다』는 감회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원래가 나는 이곳 체질이었는데 그쪽에 가담했던 것은 강간당하듯이 억지로 당한 일이었다』고 원색 발언을 서슴지 않는 사람도 있다.그런 식으로라도 충성의 말을 해야 할 만큼 새로간 곳에서 견뎌야 하는 입장이 가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이해해야 하는가 싶어 서글프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입맛이 소태같은 것은 변호사출신 옛 민주인사의 독설이다.그에게 있는 민주화시절의 지사적인 이미지는 아직도 우리에게 좋게 남아 있으므로 그가 아무말 하지 않고 밀려나면 오히려 애석함이 발동할수 있을 듯한데 그렇지 못한건 안됐다.
이 살벌한 배반의 계절에 그래도 그에게서는 다른 모습을 볼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그런 것은 보이지 않는다.분하고 억울한 나머지,또 혼자라도 뛰어야 하는 앞날을 생각해서 뭔가 심한 말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그러나 그렇다면 더욱 그러지 않는 것이 전략상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이란 살다 보면 누구나 고무신을 거꾸로 신을 일도 피치 못할 경우가 있고 더구나 정치의 세계에서는 누구도 변절에 관해 장담할수 없다.그러므로 사람들은 그런 때 어떻게 처신하는가에 대해서도 기대하며 지켜본다.좀 원숙한 처신을 기대했던 사람이 그러지 못하고 앙앙불락하여 막소리를 하는 일은 보기에 괴롭고 잊히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요즘은 정치집단간에 차별도 구별도 없이 유동이 빈번해진 계절이다.그것이 시대의 풍조라면 이런 때 「헤어지는 미학의 모범이라도 보고 싶다.그러나 아직 그런 것을 보여주는 철들어 보이는 사람은 없다.헐뜯고 증오하고 원한을 토로하는 기운만 대기권에 충만해있는 것같아 요즘 젊은이들 유행어대로 「썰렁」한 느낌이다.
『내가 이 우물 다시는 마시나 봐라!』하고 침뱉고 돌아섰다가 3년안에 다시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관에 누워서도 막말은 하지 말아라』라고 가르치시던 옛날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난다.얼마나 깊고도 아름다운 말인가.〈본사 고문〉
1996-03-2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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