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독 명독(외언내언)

암독 명독(외언내언)

임춘웅 기자 기자
입력 1996-03-23 00:00
수정 1996-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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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선거는 실로 역사적이다.5천년 중화민족 역사상 처음으로 최고지도자를 국민이 직접선거로 뽑기 때문.

중국이 이번 대만선거에 신경과민인 이유중 하나가 바로 대만이 이번에 도입한 민주선거제도.비록 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고 체제가 다르다고 해도 중국논리대로라면 한나라인데 한나라인 대만에서 국민이 직접선거로 최고지도자를 선출한다면 그 여파가 멀지않아 본토에도 미칠 것은 자명한 일.

그렇지 않아도 개방물결을 타고 공산당 일당지배가 위협을 받고 있는 터에 대만에서 이런 선거제도가 실시된다면 중국지도층에는 위험신호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중국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역시 대만독립문제.총통후보 4명중 2명만이 「대만독립반대」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을 뿐 남은 2명은 사정이 다르다.그런데 바로 그 2명이 문제인 것이다.

얼마만큼의 지지를 얻을까가 문제일 뿐 당선이 확실한 국민당의 이등휘 현총통은 장기적으로는 통일을 추진하지만 현재로서는 양안이 대등한입장에서 서로간 정치적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이총통은 그런 입장에서 중국과 대만이 한국과 북한처럼 나란히 유엔에도 가입하고 외교도 독자적으로 펴자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인 민진당 후보인 팽명민당수는 총통에 당선되면 즉시 대만독립을 선포하겠다고 벼르는 강경파.비록 소수당이고 팽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돼 있으나 중국으로서는 독립을 주장하는 정당이 대만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기 이를 데 없는 것.

중국에서는 이등휘 총통을 암독,민진당의 팽후보를 명독이라고 부른다.암암리에 독립을 추진한다는 뜻으로 이총통을 암독,명명백백히 독립을 주장하는 팽후보는 그런 뜻에서 당연히 명독이다.

호칭이 재미있다.〈임춘웅 논설위원〉
1996-03-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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