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고서(외언내언)

인권보고서(외언내언)

황병선 기자 기자
입력 1996-03-08 00:00
수정 1996-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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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는 매년 2·3월이면 1천쪽이 넘는 두터운 책으로 된 인권보고서라는 것을 의회에 제출하고 그 내용을 일반에게 공개한다.보고서에는 세계 모든 나라의 인권상황이 「미국 시각」으로 기록된다.

국무부가 해외공관과 각급 정보채널을 통해 수집된 각국의 인권상황을 보고서로 만들어 상·하 양원에 제출하기 시작한 것은 77년.당시 카터대통령이 76년 국무부에 인권담당차관보를 신설,소위 「인권외교」를 펼치기 시작하면서 의회가 각국별 인권보고서를 제출토록 결의한데 따른 것이다.인권탄압국에 대해서는 원조나 무역거래와 관련하여 규제조치를 할 수 있다는 대외원조법(61년 제정),무역법(74년)관계 조항이 카터행정부 「인권외교」,인권보고서 작성의 근거였다.

금년에도 국무부는 세계 1백94개국의 인권상황을 다룬 보고서를 냈다.한국이나 북한에 관한 내용은 특히 눈길을 끌만한 것이 없다.남쪽의 국가보안법이 개정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북한에 15만명의 정치범이 억류돼 있다는 내용등 수년전부터 수록돼있던 것들이다.특히 정보입수가 어려운북한의 경우 똑같은 내용이 수년간 재록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한때 이 보고서의 한국내 위력은 대단했다.꼭 카터의 인권외교 때문만도 아니었다.레이건때인 80년대까지도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었다.정통성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권력자들은 인권보고서의 평가를 자신들의 「정치성적표」나 되는 양 보고서 내용에 따라 일희일비했었다.국무부 한국·북한담당관이나 서울의 미국대사관 서기관들에게까지 로비를 할 정도로 신경을 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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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세상 참 달라졌다.불과 몇해전의 일인데도 이런 일들이 우습기 짝이 없는 에피소드가 돼버렸으니 말이다.도대체 밤거리를 마음놓고 나다니지도 못할 지경인 미국의 행정부가 인권분야의 선배국가라고나 해야 할 영국 프랑스를 포함,모든 나라의 인권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 아니냐는 게 이웃나라들의 반응이었다.보고서가 뭐라 한다고 유독 우리 정부는 왜 그토록 난리를 쳤었는지 슬픈 희극이 아닐 수 없다.<황병선 논설위원>

1996-03-0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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