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사이」 출간 이시영씨(인터뷰)

새 시집 「사이」 출간 이시영씨(인터뷰)

입력 1996-02-29 00:00
수정 1996-0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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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 담긴 커다란 시 쓰고 싶어요”

『나는 주로 모든 것이 잠들고 난 한밤중에 시를 씁니다.시상을 차곡차곡 오랫동안 재워뒀다가 원고지에 옮길땐 단숨에 풀어씁니다』

이시영 시인이 신작시집 「사이」를 창작과 비평사에서 냈다.

요란한 수식이며 군더더길랑 죄다 떨어버린 시인은 곧바로 핵심을 파고든다.그래서인지 유달리 짧은 그의 시들은 말끔히 닦인 유리창을 통해 내다뵈는 풍경이나 한폭의 담백한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천상의 어딘가에서/참새 한 마리 묵직히 내려와 앉는다/나와 온 우주가 함께 팽팽해진다/사람들 바쁘게 걷는다>(「순간들」)

언어로 하나의 화폭을 짜서 말로 다할 수 없는 알싸한 진리를 드러내려는 시인은 어찌보면 선승을 닮은 것도 같다.하지만 시인이 지향하는 것이 탈속은 아니어보인다.그렇기는 커녕 어머니의 죽음앞에 절절하고 <나를 따라와 누운> 죽음과 인사동에 가 함께 한잔 걸치기도 하는 그는 생사의 「사이」에 걸린 인간존재의 숙명을 예리하게 느끼고 있다.

<『위험:본 건물은 붕괴 위험이 있는 건물로서/접근을 금함­용산구청장』/그러나 그 안에서도 비둘기들과 함께 아직 사람들이 산다/아침이면 새로 빨아 넌 운동화 두 켤레가 창틀에서 하얗게 반짝인다>(「산천아파트」)

정지된 풍경에서도 사람의 흔적을 읽어내는 그의 눈은 굴뚝에 오르는 연기를 보고 인간을 감지한 브레히트의 인문적 시세계를 빼어 닮아있다.

이씨는 『아름답고 뚜렷하긴 해도 쉴곳이 없는 쨍쨍한 햇볕같은 시들을 많이 본다』면서 『풍요로운 의미가 새록새록 피어오르는 큰 그늘을 거느린 시를 쓰고싶다』고 말했다.<손정숙 기자>
1996-02-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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