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림 망명과 북 정권의 행보(해외사설)

성혜림 망명과 북 정권의 행보(해외사설)

입력 1996-02-22 00:00
수정 1996-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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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스탈린주의자 김일성에 의해 세워지고 그 아들 김정일에 의해 세습된 북한 전제정권을 연구하는 서방학자들은 더욱 곤혹스럽게 됐다. 북한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 실상을 제대로 알기가 점점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김정일 전처 성혜임의 최근 망명사건이 있기 전에도 북한바깥의 김일성연구 학자들은 이 후계자가 허울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느라 골머리를 앓았었다.군대이동,라디오방송,경제정책을 아무리 면밀히 살펴보았자 김정일이 과연 실제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판정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북한정권의 수사학은 언제나 허장성세와 호전성으로 가득차 있어 공식발표문을 샅샅이 뜯어보았지만 권력투쟁의 가능성이나 임박한 정책변경의 기미를 느낄 어떤 단서도 없었다.

정확히 말해 처라기 보다는 정부에 더 가까운 성혜임에 대해 알려진 것이라곤 83년부터 모스크바 고급아파트에 살아왔고 제네바에 있는 2백만달러짜리 주택에 가끔 들렀으며 몇몇 국경일 때에만 평양으로 돌아가 김정일과의 사이에서 난 아들을 보곤했다는 것 뿐이다.한국 정보기관 안전기획부는 이번주 영화배우출신의 이 여자가 제네바에서 실제 사라져 유럽의 다른 나라로 몸을 숨겼다는 것을 확인해줬다.그간 북한의 홍수피해와 이에따른 기아 문제를 걱정해온 김일성전문가들은 이제 자기 맏아들의 어머니가 딴나라로 도망친 창피스런 사건이 김정일이 권력기반을 공고히 다지는데 문제가 될것인가 안될 것인가를 아주 곰곰히 생각해봐야만 한다.

이미 권력을 장악했을 경우엔 김정일이 이번 사건으로 별난 짓을 벌일 수도 있는 가능성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북한정권이 너무도 비밀스럽고 악의적이며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 정책결정자들은 국가지도자 결혼생활의 한 스캔달에 불과한 이 사건을 예의 주시할 수 밖에 없다.북한의 플루토늄추출 원자로를 대체하기 위해 40억달러이상이 걸려있으며 고립주의에서 이 정권을 빼낼 셈으로 미국은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을 부랑아국가 명단에서 뺐다.

아시아의 안정을 위해 한국은 김정일의 장남을 낳아준 여인이 망명한 사실을 지나치게 입에 올려 북한을 비웃기라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미국 보스톤글로브 2월20일>

1996-02-2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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