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떠들썩해 동생들 신변 우려”/성혜림 오빠 성기일씨 인터뷰

“너무 떠들썩해 동생들 신변 우려”/성혜림 오빠 성기일씨 인터뷰

입력 1996-02-14 00:00
수정 1996-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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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한 조카 통해 90년 첫 소식/입국위해 당국·언론서 협조를/조카 한영씨 “작년 이모가 12만달러 보내와”

『아직 탈출에 완전 성공한 것도 아니고….또 너무 떠들썩하게 알려져 동생들의 신변이 위협받을까 걱정입니다』

북한을 탈출,서방으로 잠적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김정일의 동거녀 성혜림씨(59)와 혜랑씨(61) 자매의 오빠 성일기씨(64·서울 은평구 갈현동)는 오히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지난 94년 김일성 사망때 가슴 아픈 가족사가 언론에 보도됐던 그는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했다.

「빨갱이」 「빨치산」 「김정일의 처남」 등 무시무시한 수식어를 달고 살아야 했던 40여년간의 인생유전이 새삼 떠오르는듯 감회에 젖기도 했다.

동생들과 생이별한 것은 16살 때인 지난 49년.당시 남로당 간부이던 아버지 유경씨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사회주의 사상에 빠져 단신 월북했다.

그때는 『곧 남북이 사회주의로 통일되면 가족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6·25 직후 거꾸로 동생들은 아버지를 따라 월북하고 자신은 총을 들고 남하하면서 운명이 엇갈렸다.

휴전후 성씨는 빨치산 활동을 하다 붙잡혔으나 당시 김창용 특무대장의 배려로 풀려나 전향했다.그 이후 40여년 남짓을 당국의 감시와 주위의 냉대 속에서 살아야 했다.

성씨가 동생들의 소식을 처음 들은 것은 지난 90년.82년 귀순한 혜랑씨의 아들 이한영씨(36)로부터 영화배우 출신인 미모의 혜임씨가 지난 67년 5살이 아래인 김정일과 결혼,71년 김정일의 맏아들인 정남을 낳았지만 성격 차이로 이혼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 배에서 태어났다는 천륜이 모질기도 하더군요.뼈에 사무치도록 보고 싶었지요.제발 조용히,안전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당국과 언론이 도와주십시오』

부인 장장호씨(63)와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으며,부부와 출가하지 않은 막내 딸 등 세식구다.

한편 혜랑씨의 아들 이씨는 이날 『어머니 일행이 현재 미국과 한국을 놓고 망명지를 고르는 중이며 늦어도 이달안에 확정,3월중 정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어머니와 이모 등 일행이 지난달 20일 모스크바 바빌로바가의 「안가」를 나와스위스로 옮겼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이모가 어머니의 돈 2만달러를 합해 12만달러를 보내왔으며 서울에 사는 외삼촌 일기씨가 이 돈을 받기 위해 모스크바로 가서 어머니를 만났다』고 귀띔했다.

또 『이모는 지난 80년부터 심한 우울증세를 보여 모스크바 소재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아왔으며 83년부터는 아예 모스크바에 정착하다시피해 명절때 등이 아니면 평양으로 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60년 평양에서 군 간부의 아들로 태어난 이씨는 김정일의 처조카라는 점 때문에 북한의 최고 교육기관인 만경대혁명학원과 모스크바종합대학 등에서 공부했으며 82년 스위스 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귀순했다.<김태균기자>
1996-02-1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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