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 등 핵경쟁 가열… IAEA 능력도 한계
1996년이 시작되면서 핵확산 문제가 점점 예측불가능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이 무기한 연장된 8개월 전만해도 확산 속도가 늦춰지고 확산의 지리적 범위 또한 축소돼 확산금지의 원칙이 국제정치에 뿌리박은 것으로 여겨졌었다.그러나 최근의 여러 상황전개는 이같은 낙관를 약화시키고 있다.비록 지난 95년5월까지 이룩된 진전이 뒷걸음치지는 않았지만 핵확산 여지가 있는 국가들을 보다 강력하게 억제하고 주요 핵조약협상을 밀고나가던 힘은 분명 약해졌다.핵확산금지 움직임이 뒷걸음칠 위험이 커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의 상황은 참으로 밝았다.북한 핵무기 위기는 94년10월의 기본합의로 경감되어 있었다.남아공은 7개 핵무기를 누구나 납득이 가도록 폐기한 뒤 핵제한의 기치를 높이 쳐들었다.국제원자력기구(IAEA) 또한 이라크의 핵개발계획이 성공적으로 분해되었음을 선언했다.한편 이란의 핵무기계획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머문 가운데 이란은 NPT무기한 연장을 방해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 등의 핵상황도 이와 비슷하게 안정되어 있었다.사실상의 핵국인 이들 나라는 재빨리 핵무기를 실전에 배치할 수 있지만 확산금지 원칙에 도전하는 이런 행동을 실천에 옮기리라고는 쉽게 생각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제거하고 무기급 핵물질 보유량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는 것을 돕는 위협경감협조계획(CTRP)을 실제로 가동시켰다.
각국의 움직임과 동시에 국제사회의 확산금지 체제는 한층 힘을 얻고 있었다.NPT무기한연장은 NPT에 대한 세계의 깊고 드넓은 지지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됐다.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이 1996년에 마무리될 전망은 거의 확실해 보였으며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핵분열물질의 생산을 금하는 조약도 상당히 가능성 있어 보였다.
또 START(전략핵무기감축조약)1 부문이 실행단계에 들어가고 START2 비준에 박차가 가해져 미국과 러시아가 무기고에 저장하고 있는 주요 핵무기들의 감축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결론적으로 지난해 상반기 당시에서 보자면 가장심각한 확산위협 요소들에 일단 쐐기가 물렸고 확산금지에 대한 국제통제력은 힘을 얻었으며 여기에 새로운 노력들이 가세해 확산금지 운동은 탄탄대로를 달릴 것으로 기대되었던 것이다.그런데 반년새 무슨 변화가 있어 이같은 낙관주의를 약화시킨 것인가.
◇인도·파키스탄=서남아 대륙의 핵경쟁은 제자리에 멈추기는 커녕 전면적 핵무장 경쟁으로 맹렬히 치닫기 직전이다.무엇보다 인도가 21년간 중지했던 핵실험을 고차원화해 재개할 뜻을 품고있는 증거가 확실하다.인도의 지난 74년 핵실험은 전폭기 투하로만 가능한 나가사키형에 지나지 않았지만 새 실험은 인도의 새 프리트비 미사일에 장착된 핵탄두로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이런 종류가 아니더라도 인도가 간단한 핵실험을 재개하면 파키스탄이 첫 핵실험에 나설 공산이 크다.또는 중국에서 인수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M11 미사일을 배치할 수도 있으며 핵무기 보유사실을 처음으로 대외에 천명할 가능성도 있다.
인도의 실험과 파키스탄의 대응은 핵국이 두나라 늘었음을 알리면서 핵확산의불길이 잡혔다는 신념을 조각낼 것이며 다른 나라들의 핵개발 노력을 합법화할 것이다.
◇이라크=걸프전 이전에 이라크가 핵물질 생산을 위한 세계 최첨단 장비를 독일로부터 밀수했으며 IAEA 사찰팀이 아직 밝혀내지 못한 비밀장소에서 이 장비와 다른 비밀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지난해 말에는 미사일유도장치 금수품을 이라크로 빼돌리려는 조직이 요르단당국에 붙잡혔다.이라크가 자신들의 비밀 무기계획을 완전하게 노출시키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를 다시 재건하고자 시도한다는 의심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IAEA 한계=핵무기제조에 쓰이는 핵분열물질의 생산을 전면금지하는 조약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국제원자력기구의 능력에 강한 의문이 제기 되고 있다.이 조약에 대한 협상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유엔안보리로부터 특별권한을 부여받고도 이라크의 핵프로그램을 완전히 파헤치지 못한 이 기구가 과연 기본합의대로 북한의 과거 핵활동 전모를 완벽하게 밝힐 수 있을 것인가다.
◇핵감축=미 상원의 지난달말 비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 START2 비준을 반대하는 세력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이와 마찬가지로 CTBT의 완결을 회의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미국·영국·러시아에 이어 지난해 6차례 핵실험을 강행했던 프랑스가 최근 핵실험중지 선언과 함께 최소량 폭발실험까지 포함하는 완전제로금지를 지지하고 나섰다.그러나 5번째 핵보유 천명국인 중국은 이런 접근을 반대하고 있다.중국은 댐이나 항구건설에 「평화적인 핵폭발」을 실시하는 권리를 원한다.또 중국은 핵 5개국의 CTBT의 서명이 아니라 비준이 완료될 때까지 핵실험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근 몇년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핵전쟁의 위험을 차단하는 노력에 상당한 성과를 얻었지만 여러 심각한 문제들이 상존해 있다.미국과 그 우방들은 핵확산금지의 과거 열매만 즐기지 말고 끈질긴 이같은 도전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미 카네기연구재단 핵실장>
1996년이 시작되면서 핵확산 문제가 점점 예측불가능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이 무기한 연장된 8개월 전만해도 확산 속도가 늦춰지고 확산의 지리적 범위 또한 축소돼 확산금지의 원칙이 국제정치에 뿌리박은 것으로 여겨졌었다.그러나 최근의 여러 상황전개는 이같은 낙관를 약화시키고 있다.비록 지난 95년5월까지 이룩된 진전이 뒷걸음치지는 않았지만 핵확산 여지가 있는 국가들을 보다 강력하게 억제하고 주요 핵조약협상을 밀고나가던 힘은 분명 약해졌다.핵확산금지 움직임이 뒷걸음칠 위험이 커졌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의 상황은 참으로 밝았다.북한 핵무기 위기는 94년10월의 기본합의로 경감되어 있었다.남아공은 7개 핵무기를 누구나 납득이 가도록 폐기한 뒤 핵제한의 기치를 높이 쳐들었다.국제원자력기구(IAEA) 또한 이라크의 핵개발계획이 성공적으로 분해되었음을 선언했다.한편 이란의 핵무기계획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머문 가운데 이란은 NPT무기한 연장을 방해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 등의 핵상황도 이와 비슷하게 안정되어 있었다.사실상의 핵국인 이들 나라는 재빨리 핵무기를 실전에 배치할 수 있지만 확산금지 원칙에 도전하는 이런 행동을 실천에 옮기리라고는 쉽게 생각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제거하고 무기급 핵물질 보유량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는 것을 돕는 위협경감협조계획(CTRP)을 실제로 가동시켰다.
각국의 움직임과 동시에 국제사회의 확산금지 체제는 한층 힘을 얻고 있었다.NPT무기한연장은 NPT에 대한 세계의 깊고 드넓은 지지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됐다.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이 1996년에 마무리될 전망은 거의 확실해 보였으며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핵분열물질의 생산을 금하는 조약도 상당히 가능성 있어 보였다.
또 START(전략핵무기감축조약)1 부문이 실행단계에 들어가고 START2 비준에 박차가 가해져 미국과 러시아가 무기고에 저장하고 있는 주요 핵무기들의 감축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결론적으로 지난해 상반기 당시에서 보자면 가장심각한 확산위협 요소들에 일단 쐐기가 물렸고 확산금지에 대한 국제통제력은 힘을 얻었으며 여기에 새로운 노력들이 가세해 확산금지 운동은 탄탄대로를 달릴 것으로 기대되었던 것이다.그런데 반년새 무슨 변화가 있어 이같은 낙관주의를 약화시킨 것인가.
◇인도·파키스탄=서남아 대륙의 핵경쟁은 제자리에 멈추기는 커녕 전면적 핵무장 경쟁으로 맹렬히 치닫기 직전이다.무엇보다 인도가 21년간 중지했던 핵실험을 고차원화해 재개할 뜻을 품고있는 증거가 확실하다.인도의 지난 74년 핵실험은 전폭기 투하로만 가능한 나가사키형에 지나지 않았지만 새 실험은 인도의 새 프리트비 미사일에 장착된 핵탄두로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이런 종류가 아니더라도 인도가 간단한 핵실험을 재개하면 파키스탄이 첫 핵실험에 나설 공산이 크다.또는 중국에서 인수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M11 미사일을 배치할 수도 있으며 핵무기 보유사실을 처음으로 대외에 천명할 가능성도 있다.
인도의 실험과 파키스탄의 대응은 핵국이 두나라 늘었음을 알리면서 핵확산의불길이 잡혔다는 신념을 조각낼 것이며 다른 나라들의 핵개발 노력을 합법화할 것이다.
◇이라크=걸프전 이전에 이라크가 핵물질 생산을 위한 세계 최첨단 장비를 독일로부터 밀수했으며 IAEA 사찰팀이 아직 밝혀내지 못한 비밀장소에서 이 장비와 다른 비밀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지난해 말에는 미사일유도장치 금수품을 이라크로 빼돌리려는 조직이 요르단당국에 붙잡혔다.이라크가 자신들의 비밀 무기계획을 완전하게 노출시키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를 다시 재건하고자 시도한다는 의심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IAEA 한계=핵무기제조에 쓰이는 핵분열물질의 생산을 전면금지하는 조약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국제원자력기구의 능력에 강한 의문이 제기 되고 있다.이 조약에 대한 협상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유엔안보리로부터 특별권한을 부여받고도 이라크의 핵프로그램을 완전히 파헤치지 못한 이 기구가 과연 기본합의대로 북한의 과거 핵활동 전모를 완벽하게 밝힐 수 있을 것인가다.
◇핵감축=미 상원의 지난달말 비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 START2 비준을 반대하는 세력이 날로 강해지고 있다.이와 마찬가지로 CTBT의 완결을 회의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미국·영국·러시아에 이어 지난해 6차례 핵실험을 강행했던 프랑스가 최근 핵실험중지 선언과 함께 최소량 폭발실험까지 포함하는 완전제로금지를 지지하고 나섰다.그러나 5번째 핵보유 천명국인 중국은 이런 접근을 반대하고 있다.중국은 댐이나 항구건설에 「평화적인 핵폭발」을 실시하는 권리를 원한다.또 중국은 핵 5개국의 CTBT의 서명이 아니라 비준이 완료될 때까지 핵실험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근 몇년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핵전쟁의 위험을 차단하는 노력에 상당한 성과를 얻었지만 여러 심각한 문제들이 상존해 있다.미국과 그 우방들은 핵확산금지의 과거 열매만 즐기지 말고 끈질긴 이같은 도전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미 카네기연구재단 핵실장>
1996-02-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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