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텔 문학동우회 출신작가/“테크놀로지의 두려움 없어요”
『신세대 작가라구요.작품엔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이들을 단지 연령층이 비슷하다고 한데 묶어버리는 그런 말은 음해에 가깝다고 봐요』
최근 두번째 창작집 「책」(민음사)을 펴낸 송경아씨(25).연세대 전산과 4학년 때인 93년부터 하이텔 문학동우회에서 활동해온 이 「컴퓨터 세대」작가는 자신에 대한 속단을 똑부러지게 거절한다.
하지만 보통 독자들에겐 송씨의 작품은 어디가 달라도 다르게 읽힌다.인간의 구원문제를 탐구하거나 진실을 찾아헤매는 문학이 정석인 것처럼 돼있는 선배세대와의 차이는 표제작인 「책」에도 드러난다.
주인공 혜진이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엄마가 어느날 책으로 변해 서가에 꽂혀있는 것을 발견한다.추억의 자기증식으로 나날이 두꺼워져 가는 책에서 그는 자신이 실은 젊은 날의 엄마가 「바람피워」 낳은 딸이라는 사실을 읽게 된다.
『이 작품에서 말하려 했던바는 언어와 의미가 끊임없이 서로에게서 미끄러지는 삶의 모순된 속성 같은 것이었어요.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은 갑자기 나타난 책=엄마로 부정되죠.책속의 언어는 다시 주인공의 삶을 통째로 부정해요.한편 주인공이 찾아간 생부는 딸의 존재를 거부하죠.결국 주인공은 자신의 연애관계를 전면 부인하면서 책을 쓰기로 결심하지만 그 책은 단하나의 「진실」을 담는 진본이 아니예요.단어 하나가 틀린 책,글자 하나가 틀린 책,문체가 다른 책 하는 식으로 무수한 복사본·위조본·파본이지요』
이 창작 집에 실린 또 다른 작품 「바리길 위에서」는 바리공주 신화를 정보화 시대의 각도로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모든 인간이 컴퓨터 정보체계로 짜여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율라국을 바리는 『그렇게 아름다운 세계를 본 적이 없었다』며 탄복한다.
『전공 때문인지 저는 테크놀로지에 대해 환상도 없지만 경외감이나 두려움도 없어요.컴퓨터 칩이 인간을 통제한다며 미래사회를 디스토피아의 대명사처럼 말하는 소설도 있지만 이는 기술을 너무 단순화한 견해 아닐까요』
송씨는 『환상과 현실은 완전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언젠가는 역사와 환상이 맞물리는 새로운 역사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손정숙기자>
『신세대 작가라구요.작품엔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이들을 단지 연령층이 비슷하다고 한데 묶어버리는 그런 말은 음해에 가깝다고 봐요』
최근 두번째 창작집 「책」(민음사)을 펴낸 송경아씨(25).연세대 전산과 4학년 때인 93년부터 하이텔 문학동우회에서 활동해온 이 「컴퓨터 세대」작가는 자신에 대한 속단을 똑부러지게 거절한다.
하지만 보통 독자들에겐 송씨의 작품은 어디가 달라도 다르게 읽힌다.인간의 구원문제를 탐구하거나 진실을 찾아헤매는 문학이 정석인 것처럼 돼있는 선배세대와의 차이는 표제작인 「책」에도 드러난다.
주인공 혜진이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엄마가 어느날 책으로 변해 서가에 꽂혀있는 것을 발견한다.추억의 자기증식으로 나날이 두꺼워져 가는 책에서 그는 자신이 실은 젊은 날의 엄마가 「바람피워」 낳은 딸이라는 사실을 읽게 된다.
『이 작품에서 말하려 했던바는 언어와 의미가 끊임없이 서로에게서 미끄러지는 삶의 모순된 속성 같은 것이었어요.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은 갑자기 나타난 책=엄마로 부정되죠.책속의 언어는 다시 주인공의 삶을 통째로 부정해요.한편 주인공이 찾아간 생부는 딸의 존재를 거부하죠.결국 주인공은 자신의 연애관계를 전면 부인하면서 책을 쓰기로 결심하지만 그 책은 단하나의 「진실」을 담는 진본이 아니예요.단어 하나가 틀린 책,글자 하나가 틀린 책,문체가 다른 책 하는 식으로 무수한 복사본·위조본·파본이지요』
이 창작 집에 실린 또 다른 작품 「바리길 위에서」는 바리공주 신화를 정보화 시대의 각도로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모든 인간이 컴퓨터 정보체계로 짜여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율라국을 바리는 『그렇게 아름다운 세계를 본 적이 없었다』며 탄복한다.
『전공 때문인지 저는 테크놀로지에 대해 환상도 없지만 경외감이나 두려움도 없어요.컴퓨터 칩이 인간을 통제한다며 미래사회를 디스토피아의 대명사처럼 말하는 소설도 있지만 이는 기술을 너무 단순화한 견해 아닐까요』
송씨는 『환상과 현실은 완전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언젠가는 역사와 환상이 맞물리는 새로운 역사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손정숙기자>
1996-02-0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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