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말 바꾸기」/백문일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국민회의 「말 바꾸기」/백문일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1995-12-27 00:00
수정 1995-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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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회의가 사정정국의 언저리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한때는 김대중총재가 「민주세력 연합론」을 주장하며 여권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더니 조금 지나선 성급하게 김영삼대통령에 대한 경고결의안,출범한지 채 며칠 안된 이수성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등 대여강경투쟁으로 선회했다.그러더니 26일에는 다시 「수세적 공격론」을 내세우며 기존의 강경입장을 모두 유보키로 했다.

국민회의측은 그 근거로 국민들이 정국안정을 바라고 있고 여권 내부에서 사정을 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또 민생문제에도 눈을 돌려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그러면서도 사정이 강행될 경우 『김대통령의 자기사정을 촉구하고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으름장도 빠뜨리지 않았다.

국민들이 헷갈릴 지경이다.한 손에는 칼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화해하겠다며 악수의 손을 내미는 강온 양면작전의 형국이다.이같은 전략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경우에 따라서는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고 협상에 융통성을 주기도 한다.특히 대화와 협상을 전제로 한 정당정치에서는 자연스런 일로 볼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회의의 최근 입장을 보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특히 「예측가능한 정치」를 강조하면서 스스로는 「예측 불가능한 정치」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인상이다.

물론 여권이 오락가락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없지 않다.당장에라도 사정에 나설듯 했다가 다시 주춤하는등 기복이 심했다.여권내 인사들 조차 사정의 진위와 방향,시기를 종잡을 수 없어 우왕좌왕 할 정도다.

그렇지만 여권에서 놀랄만한 조치들이 나올 때마다 국민회의측이 「깜짝쇼」라고 비난하면서도 더불어 요란스레 「춤」을 춘 것을 부인할 수 없다.「칼자루」가 아닌 「칼날」을 쥔 약자입장이어서 『어쩔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소극적 자기변명에 불과하다.

진정 국민을 생각하고 정국안정을 원한다면 하루만에 철회할 「당론」은 애당초 정하지 말았어야 했다.설령 입장을 바꿔야 할 처지라도 국민불안 운운하며 책임을 전가해서도 안될 것이다.

야당의 어려운 입장을 감안하더라도 당론결정에 보다 신중한 책임있는 야당의 자세를 보여주었으면 한다.
1995-12-2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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