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문자­사진 접목예술/다양한 시각서 조명

「일러스트레이션」 문자­사진 접목예술/다양한 시각서 조명

이헌숙 기자 기자
입력 1995-12-26 00:00
수정 1995-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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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서 「언어·현실전」 1월 5일까지/강우현·박불똥 등 작가 9명 참여/「서사」·「발언」·「수사」 주제로 작품 전시

순수미술의 영역에서 벗어나 매우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 현대미술의 한 단면을 깊이 있게 조명하는 특별전이 썰렁한 연말 미술계에 활기를 주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된 「한국 일러스트레이션의 언어와 현실」전이 그 전시로 오늘날 역할이 증대되고 뚜렷해진 일러스트레이션의 사회적 존재의미와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보통 삽화로 통칭되는 이 장르는 순수회화와는 달리 목적을 전달하기 위해 문자와 사진을 연관시켜 사용하는 그림작업이다.

이같은 일러스트레이션의 진가를 확인시키기 위해 이 자리에 초대된 작가는 강우현·류재수·이철수·곽영권·박불똥·전갑배·이성표·이인수·김환영씨 등 9명.

80∼90년대 미술현장에서 활발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보인 이들은 이 전시에서 각자의 작업성격에 따라 「서사」와 「발언」,「수사」란 세 주제아래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서사」의 류재수·이철수·강우현은 근대미술이 추방해버린 미술의 「서사성」(또는 문학성)을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주변 장르가 나름대로 보존해 왔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즉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그리는 이 작가들은 민족서사시를 그려내거나(류재수) 그림자체가 이야기인(이철수)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발언」의 박불똥·곽영권·김환영은 현실적인 대상이나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의지를 갖고 강력하게 개입해온 행동의 작가들이다. 이들이 구현한 발언으로서의 일러스트레이션은 당대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변혁적 전망을 제시하면서 실천적 미술의 전형으로까지 발전한 모습을 증거하고 있다.

「수사」의 이성표·전갑배·이인수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시각적 문법체계 안에서 다양한 수사법을 사용하여 현실을 표현해냄을 대표하고 있다. 그것은 시적어법일 수도 있고 한국적이고 토속적이기도 하며 현대미술의 전형인 추상성을 도입하고 있기도 하다.

예술의 전당이 지난 90년부터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한국 현대미술의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를 조망하는 기획전으로 꾸며온 「차세대의 시각­내일에의 제안전」의 하나인 이 전시는 내년 1월 5일까지 열린다.<이헌숙 기자>
1995-12-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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