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동 무임금」은 당연(사설)

「무노동 무임금」은 당연(사설)

입력 1995-12-23 00:00
수정 1995-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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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가 파업기간중의 임금지급에 대한 사전합의가 없는 한 파업기간중 노임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은 법리와 경제논리 양면에서 볼 때 모두 타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법원은 21일 『임금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를 받으며 근로를 제공한 것에 대한 보수를 의미한다』며 『노동제공을 전제로 하지 않고 단순히 근로자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생활보장적 임금이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임금이분설(무노동 부분임금)을 배척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임금이분설의 경우 사용자의 지휘를 거부하는 행위에 대한 임금지급에 속한다며 이분설에 근거한 생활보장적 임금지급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왔다.실제로 무노동 부분임금 지급은 근로기준법(제 18조)에 명시된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를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이라는 규정에 배치되는 조치였다.

또 자본주의 경제에서 임금은 상호계약에 의해 결정되고 현재 선진국은 근로자의 능력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성과급제도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연봉제까지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시대적 상황논리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다만 무노동 부분임금은 한국의 노동운동이 일천하여 파업기간동안 노조가 근로자에게 생활비를 제공할 수 없다는 현실적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이해할 수는 있다.그러나 이 제도가 산업평화를 저해하고 파업의 장기화를 초래하는 역작용을 일으킨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따라서 우리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한국노사관계의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노사협상의 기본적인 준거를 제공하는 것이다.실질적인 노사협상의 주체는 근로자와 사용자다.근로자는 앞으로 무노동 무임금원칙에 입각해서 노사협상을 펴고 사용자도 무노동에 대한 변칙적인 임금지급을 하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노사는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공동운명체』라는 관점에서 상호협력하면서 근로자의 임금과 복지를 향상시키는 새차원의 협력관계를 정립하기 바란다.
1995-12-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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