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무갑리 목장승(한국인의 얼굴:56)

광주 무갑리 목장승(한국인의 얼굴:56)

황규호 기자 기자
입력 1995-12-15 00:00
수정 1995-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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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귀에 주걱턱… 방위신앙 상징/암수장승 머리에 모자… 코는 길게 표현

우리 민간에 전해오는 관습적 신앙,즉 속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방위신앙이다.방위는 전통적 심성속에 오랫동안 자리잡은 공간의식이기도 하다.그 방위에 어떤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 것이 방위신앙일 것이다.방위신앙에는 신앙대상 방신이 존재함으로써 하나의 세계관을 이루었다.

이 땅에 살아온 소박한 민초들의 삶속에는 방위신앙이 곳곳에 투영되어있다.나무로 만든 목장승에도 방위신앙을 담았는데 한강이남 경기·충청 지역에 주로 분포했다.경기도 광주군 초월면 무갑리 무래비 마을 어귀 목장승들은 방위가 분명한 신앙 표현물이다.암장승 3기와 숫장승 2기가 서있다.암장승들은 남방적제장군이고 숫장승들은 북방흑제장군이다.이들 장승은 개울과 길을 사이에 두고 암수가 각각 끼리끼리 어울렸다.

두 숫장승 중에 오른쪽 것은 길이가 1백94㎝이고,왼쪽 숫장승은 키가 약간 작은 1백85㎝.암장승 키가 오히려 더 커 길이 2백㎝나 되는 키다리도 있다.나머지 다른 암장승 2기는 1백80㎝의 나란한 키를 했다.키가 가장 큰 암장승 왼쪽에는 장대 높이가 2백70㎝에 이르는 솟대를 세웠다.솟대 끝에는 몸통길이 50㎝의 새가 홰를 타고 앉았다.장승과 솟대를 묶은 복합형 속신의 현장이 무갑리인 것이다.

암장승 얼굴은 통나무 본래의 모양을 살려 원통형을 이루었다.눈은 치켜 올라갔는데 불쑥 튀어 나왔다.코는 길쭉하게 깎아 붙였다.그리고 코 밑 부분을 약간 톱질하고 나서 자귀로 비스듬히 에워 인중을 만들었다.입도 똑같은 방법으로 표현하고 바로 밑에 톱질 자리를 남긴 뒤 몸뚱이를 평평하게 깎았다.이 때문에 턱은 주걱턱이 되었다.비스듬히 깎은 입안에는 톱니형 이빨 10여개를 반달처럼 새겼다.

귀가 소담스러운 암장승들은 흔히 관모라고 부르는 모자를 썼다.귀는 영문 알파벳의 B자를 연상시켰다.통나무 두께의 3분의1쯤을 켜 만들어 놓은 모자에는 붓으로 빗금을 그어넣고 양쪽에 비녀를 꽂았다.얼굴이 장승 전체 높이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그래서 길어보일 수밖에 없는 암장승 얼굴은 영악하지 않다.튀어 나온 눈이 치켜 올라갔다고 해서 무서운 얼굴도 아니다.

개울 건너 숫장승들도 거의 암장승 모습들은 했다.다만 눈꼬리 없이 타원형으로 불거진 눈매가 좀 다르다고나 할까.암장승은 하나만 얼굴이 붉지만 숫장승들 얼굴은 모두가 취바리마냥 붉었다.숫장승들이니까 머리에 쓴모자는 사모일 것이고 그 뒤로 삐죽이 빠져나온 뿔은 연각으로 여겨봄직하다.

이들 장승은 남방적제장군과 북방흑제장군은 제자리를 찾아 남북에서 서로 마주하고 있다.동양의 사상에서 남쪽은 불(화)이고 여름이다.또 북쪽은 물(수)이고 겨울이라는 생각을 했다.그러고 보면 이들 양극 사이에는 봄과 가을이 존재한다.조화로운 계절이다.마을 사람들은 남방적제장군과 북방흑제장군을 세우고 그 사이에 조화로운 삶이 깃들기를 기원했을 것이다.<황규호 기자>
1995-12-1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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