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원,「기업공개 선진화」 수정안(정책기류)

재경원,「기업공개 선진화」 수정안(정책기류)

권혁찬 기자 기자
입력 1995-12-04 00:00
수정 1995-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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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직접 금융조달에 숨통/「공모비율 30%·1천만주 이상」 채택 유력/한통·LG 반도체 등 조기공개·상장 길터/“대주주 이익 많아지고 발행가 상승” 비난 소지

선거는 다가오고,증시는 침체를 거듭하고….

요즘 증권당국의 마음이 편치 않다.침체증시를 살리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도 없고,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

가능한 한 시장원리에 맡겨두고 싶지만,상황논리는 주식값이 더 떨어져선 곤란하다는 쪽으로 전개되고 있다.최근 백원구 증권감독원장이 32개 증권사 사장들을 모아놓고 증권사가 상품으로 보유한 주식을 과도하게 매각하지 말도록 당부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선거철을 앞두고 2백만 증권투자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게 사실이다.

증권당국을 좌불안석으로 만드는 요인이 또 있다.다름 아닌 기업공개다.증시침체로 기업공개가 제대로 안돼 공기업 민영화마저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공개기업은 88년 1백12개,89년 1백26개사에서 90∼93년에는 72개사로 줄었고 지난 해와 올 10월까지도 49개사에 그치고 있다.

증시를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 수요는 매년 급증하는 0도 매번 「물량부담」을 이유로 공개가 유보돼 왔다.현재 증권감독원에 기업공개를 신청한 업체는 2백19개사로 공모 예정금액만 4조4천억원에 이른다.이쯤되면 발행시장의 문제도 심각히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요즘 재경원은 발행시장의 문제해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유통시장에 다소 부담을 주더라도 기업의 직접금융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서다.

한국통신만 해도 정부가 올해 추가로 정부지분(10%)을 매각,증시에 상장시키겠다고 4만5천여 투자자에게 약속했던 공기업이다.그러나 증시침체로 한국통신의 연내 상장은 이미 물건너 갔다.공개를 희망해 온 현대중공업이나 LG반도체,현대전자도 현재의 공모요건(발행주식의 30% 이상 공모)으로는 공개가 어려운 대기업들이다.

재경원이 최근 마련한 「기업공개 선진화방안」은 바로 이들 대기업의 공개를 돕기 위한 조치다.재경원의 안은 ▲공모비율을 자본금이 클수록 단계적으로 내리거나 ▲「공모비율 30% 이상 또는 8백만주 이상 공모」하는 두가지였다.두 경우 모두 최소 공모비율은 10% 이상으로 했다.

그러나 재경원의 안에 증권분과위원들이 「30% 이상 또는 1천만주 이상 공모」의 수정안을 냄으로써 이 수정안의 채택이 유력해 졌다.따라서 증권감독위윈회의 결정이 나는대로 한국통신(1조4천3백96억원)이나 LG반도체(2천9백83억원) 한국중공업(5천2백10억원) 현대전자(2천3백억원) 현대중공업(2천1백59억원) 등 덩치 큰 기업의 공개·상장이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이번 제도개선으로 한국통신의 주주들이 주식에 환금성을 갖게 되고 우량기업의 자금조달 기회가 늘게 됐다는 점에선 일단 긍정적 평가를 내릴 만하다.반면 정책취지와 효과면에선 비판의 소지도 안고 있다.

우선 노씨 비자금사건으로 재벌의 소유분산 촉진 등 신재벌정책의 구상이 구체화 돼 가는 상황에서 지분분산 완화를 골자로 한 기업공개제도 개편이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발행가격에 수익가치의 반영비중을 높여 실제 공모가를 비싸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주주에게 「덜 분산하고도많은 자본이득을 주게 되는」 정책의 역진성 문제도 제기된다.

대기업에겐 기업공개 요건을 완화,직접금융의 기회를 늘려주면서 중소기업에는 여전히 까다로운 요건을 적용하는 것이나 물량부담 완화라는 의도에도 불구,실제 발행가 상승으로 「공모비율이 작아도 공모규모가 커지는」점 역시 정책효과를 반감시키는 대목이다.

때문에 증시침체와 선거철이 맞물린 시점에서 추진되는 이같은 공개요건 완화에 곱지않은 시선이 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권혁찬 기자>
1995-12-0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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