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각료회의 통상대표단 협상주도에 찬사

APEC 각료회의 통상대표단 협상주도에 찬사

염주영 기자 기자
입력 1995-11-18 00:00
수정 1995-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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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개방 막은 한국 놀랍다”/“시장 열어라” 미·가 등 다각공세 적극 저지/일·중 공조 무산 불구 개별접촉으로 “성과”

17일 폐막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제7차 각료회의는 한국대표단의 대외 협상능력이 돋보인 성공적 통상외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쟁점 현안이었던 「농산물의 개방예외」(신축성 조항)인정에 관한 회원국들의 합의도출 과정을 한국이 주도한데 대해 미국과,이번 회의 의장국인 일본조차 놀랐다는 후문이다.한국대표단은 막후 개별협상을 통해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4개 농산물수출국의 공동저지선을 뚫었다.

지난해의 「보고르 선언」에서 각국 정상들간에 역내 무역자유화 원칙이 발표된 이후 농산물의 처리 문제는 회원국들간의 「뜨거운 감자」였다.미국과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4개국은 역내 농산물 시장개방을 촉진할 호기로 판단,다각적인 개방공세를 펼쳤다.제2의 UR가 다가오는 분위기였다.

한국은 이에 맞서 일본·중국·대만과 공동전선을 구축했다.그러나 「예외 없는 자유화」 원칙을 앞세워 개방예외 인정에 반대하는 미국 등 4개국에 비하면 힘과 논리 모두가 처지는 형국.각료회의 의안에 관한 각국의 입장에 대한 최종 조율작업을 위해 고위실무회의가 마지막으로 소집된 지난 13일까지만 해도 대세는 우리 편이 아니었다.중국은 미국과의 쌍무현안인 「최혜국 대우」(MFN)문제에 주력하느라 농산물 문제를 접어두려는 입장을 보였다.「컨트리」가 아닌 「이코노미」(경제실체)의 자격으로 참석하는 대만에는 애당초 조력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나머지 8개 회원국들은 직접적인 입장표명을 유보하는 자세속에 「예외 없는 자유화」쪽에 비중을 더 두었다.

일본은 대세가 기운 것으로 판단,공동전선에서 발을 빼려 했다.우리 대표단이 농산물의 개방예외를 분명히 하기 위해 「신축성」 조항의 표현문구를 보다 강화할 것을 의장국인 일본에 요청했을 때 일본측은 대단한 우려를 표시했다.『미국·호주 등 농산물 수출국을 너무 자극할 경우 농산물 분야는 물론 전체 협상의 틀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소극적인 입장이었다.막후 협상에 참석했던 한덕수 통상산업부 통상무역실장은 『일본은 의장국이라는 입장 때문에 농산물 수출국들과의 정면대립을 피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기대를 걸었던 한국·일본·중국·대만간의 「농산물 개방예외」를 지지하는 공동전선이 힘없이 무너지자 한국은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18개 회원국 가운데 유독 한국만이 APEC의 기본 이념인 자유화·개방화에 소극적이라는 이미지를 회원국들에 심어줄 우려가 있어 상당한 위험부담도 따랐다.



한국 대표단은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4개국의 공동저지선을 뚫기 위해 마지막 카드로 전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개별협상을 택했다.미국과 캐나다·뉴질랜드 등 3개국으로부터 어렵게 우리가 주장한 「농산물 개방예외」에 대한 반대입장을 철회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이 과정에서 외무부와 통산부 실무팀간의 일사분란한 공조체제가 큰 힘을 발휘했다는 후문이다.박재윤 통산부장관은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만족스럽다』며 『한국이 21세기의 세계 중심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APEC 무대에서 개별 접촉을 통해상대국들의 이해와 양보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통상외교에도 유익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오사카=염주영 특파원>
1995-11-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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