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탈한 노씨 경호원들/김환용 사회부 기자(현장)

허탈한 노씨 경호원들/김환용 사회부 기자(현장)

김환용 기자 기자
입력 1995-11-17 00:00
수정 1995-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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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보다 소중히 지켰는데 범죄자라니…”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16일 하오 노씨의 연희동 자택 분위기는 한미디로 참담했다.창졸간에 몰락한 권세가 집안의 모습 그대로였다.집밖에 진을 친 보도진의 발걸음만 바삐 움직일 뿐 무거운 침묵이 집안 전체를 짓눌렀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경호실소속 경호원들의 착잡해 하는 모습은 「권력무상」「권불십년」이라는 「오늘의 현실」을 거듭 곱씹게 했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희동에 배치된 청와대 경호팀은 모두 20여명.3교대로 7명 가량씩 노전대통령 주변을 지켜왔다.상당수는 대통령 재직시절부터 노씨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했던 사람들이다.

노씨의 안전을 위해선 목숨을 초개처럼 버려야 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그러나 생명보다 귀중하게 받들던 「주군」은 한순간 부정축재자로 낙인 찍혀 영어의 몸이 되고 말았다.마음속 충격이야 접어두더라도 임무 수행의 대상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노씨의 구속에 대한 이들의 반응에는 허탈감,동정심,배신감 등 이율배반의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한 중견 경호원은 『노전대통령의 검찰출두 때 경호를 하면서도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지만 설마 구속까지 되겠느냐 하는 기대를 끝내 버리지 못했다』고 실토,경호원들의 어지러운 심경을 대변했다.

경호원들은 스스로를 「쇠붙이 인생」이라고 비하하기도 한다.임무 특성상 총과 칼을 가까이 할 수 밖에 없음을 빗댄 표현이다.다른 경호원은 『일반인들이 보내는 곱지 않은 시선도 대통령의 안전이 곧 나라의 안전이라는 사명감 하나로 이겨낼 수 있었는데 그토록 믿었던 대통령이 뇌물을 받아 돈벌이나 한 범죄자라니…』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경호원은 『주어진 일이니 묵묵히 할 뿐』이라며 애써 감정표현을 자제했다.그의 얼굴 한켠에는 「자랑스런 전직대통령」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짙게 배어 있었다.

노씨의 연희동 자택에는 이날도 방문객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수확의 때를 놓친채 정원에 매달려 있는 붉은 감들이 경호원들의 「단심」인양 쓸쓸하게만 보였다.<김환용 기자>
1995-11-1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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