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처리」 주목하는 미 언론/이건영 뉴욕특파원(오늘의 눈)

「비자금 처리」 주목하는 미 언론/이건영 뉴욕특파원(오늘의 눈)

이건영 기자 기자
입력 1995-11-07 00:00
수정 1995-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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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의 불법정치 비자금을 보는 미국언론의 시각은 한마디로 철저한 조사를 통한 엄벌로 요약된다.일본이나 동남아는 물론 유럽의 언론에 비해서도 이상할이만큼 사실보도를 자제해왔으나 논평만은 단호하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최근 사설에서 김영삼대통령은 노씨를 감옥에 보내는 한이 있더라도 부패관련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군사독재의 그늘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한국은 과거의 부정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사설은 특히 군사정권에 반대해온 김대중씨가 노씨의 정치비자금 수혜자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미국언론이 노씨의 비자금사건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은 5천억이라는 「천문학적」비자금의 규모와 도덕성의 파괴문제이다.의원대상 선물상한액이 50달러로 규정될 만큼 「공짜돈」이 없는 미국사회에서 이같은 비자금 규모는 별천지의 얘기로 들릴법도 하다.도덕성문제는 야당의 지도자인 김대중씨의 「자백」을 빗대면서 평생을 군사정권에 투쟁해온 김씨가 군사정권의 자금을 어떻게 받을수 있느냐는 뜻을 비치고 있다.일부에서는 김대통령의 「대선자금」도 거론한다.좋게 보아 지금까지 한국의 정치풍토 관행상 「예스」로 치부될 수 있는 것이라도 미국사회에서는 단연 「노」라는 대답이다.동시에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한국의 재벌」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의지도 미언론의 관심사다.과연 검찰이 한국의 경제적 파장을 의식하지 않고 재벌들을 다룰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미 언론의 태도는 조용하면서도 들출 것은 다 들추고 있지 않느냐는 인상을 준다.그러면서 내심 한국의 정치사상 첫 문민대통령인 김대통령의 처리방식도 겨냥하고 있다.한국검찰의 독립성과 함께 한국의 「민주화」잣대로 삼겠다는 의도이다.

한국은 지금 세계에 너무도 부끄러운 모습으로 노출돼 있다.일종의 국제사회에서의 「정치적 시련」이다.노씨의 사건이 국제사회가 납득을 못하게 매듭지어질 경우 우리나라는 또다른 부담을 안게될 것이다.우리가 가장 듣기 싫은 얘기는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된 나라이다.노씨의 사건이 이를 입증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될 것이다.

1995-11-0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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