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노출 긴 여운/노주석 사회부 기자(현장)

짧은 노출 긴 여운/노주석 사회부 기자(현장)

노주석 기자 기자
입력 1995-11-02 00:00
수정 1995-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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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출두 노씨 언론공개 40초뿐

노태우 전 대통령이 「피의자반 참고인반」이라는 육법전서에도 없는 묘한 신분으로 서초동 대검청사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한마디를 남긴채 조사실로 향한 노전대통령은 더 할 말이 없는 고개숙인 남자였다.

노전대통령이 불려온 대검청사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직중 통일후를 대비해 잘 지으라며 후한 예산을 배정해 준 곳이다.이 곳에 자신이 조사를 받으러 오리라곤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이날 전세계의 20여개의 유력 외신과 국내취재진 등 3백여명이 노전대통령의 검찰소환을 보기 위해 몰렸다.

국내언론이 전직대통령의 비리혐의 소환이라는 전대미문의 뉴스를 취재하기 위해서라면 외신은 5천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주머니에 챙긴 「인간불가사리」의 모습을 자국국민에게 생생하게 전해 주기 위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 노전대통령이 소환된 대검찰청 주변에는 조사를 받으러 온 「한」사람(1인)을 위한 조치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이례적인 일들이 일어났다.

보도진과검찰은 노전대통령의 소환을 앞두고 취재준칙이라는 유례없는 합의문까지 마련하는 소동을 벌였다.소환도중 머리가 찢긴 정주영현대그룹 명예회장이나 한 시민에게 뺨을 얻어 맞은 전경환전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장 등의 불상사가 재발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검청사 현관앞과 로비내부 등 2곳에 포토라인이 설치돼 취재 및 사진기자의 접근이 제한된 것은 물론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검찰청사 본관내부로의 외부인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검찰은 한술 더 떠 민원인을 포함,일부 외신기자들과 국내 지방지·잡지사의 기자출입을 청사 정문에서부터 막는 과잉조치를 취해기도 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검찰의 몸조심과 국제적 망신을 방지하기 위한 국내 언론의 묵시적 협조가 낳은 결과였다.

2대의 헬기를 동원한 초유의 방송생중계까지 이어진 언론의 소동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소환된 노전대통령이 국민에게 노출된 시간은 소환때 40초를 포함,1분도 채못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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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1-0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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