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요절시인/동화·동시집 나란히 출간

소설가·요절시인/동화·동시집 나란히 출간

손정숙 기자 기자
입력 1995-10-05 00:00
수정 1995-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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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동화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고 권태응 동시집 「감자꽃」/「할미꽃…」­다섯살 은지 눈으로 본 삶과 죽음/「감자꽃」­일제시대 저항시인의 동시모음

우리 문단에서 가장 지적인 소설가중 한명이 쓴 동화와 40년대말 시골정경을 그림처럼 보여주는 유고 시인의 동시집이 나란히 나온다.

작가 이청준씨(56)의 동화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열림원)와 고 권태응 시인의 동시집 「감자꽃」(창작과 비평사)이 그것.

독자들을 모처럼 동심으로 돌려놓는 이 책들은 티없이 단순한 아이들의 세계에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문학의 본질이 이미 다 들어있음을 깨우쳐준다.

「할미꽃…」은 은지라는 어린 소녀의 눈을 빌려 늙음과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이야기.다섯살 은지의 열네갑절이나 연세가 드신 할머니는 「내살을 베어 먹여도 아프지 않을 만큼」 은지를 끔찍이 아끼신다.그런 할머니가 해가 갈수록 키가 작아지고 기억이 지워져가자 은지는 안타깝기만 하다.

수심에 잠긴 은지에게 엄마와 아빠는 말한다.할머니의 키가줄어드는건 은지에게 나이를 나눠주기 때문이고 기억이 엷어지는건 은지에게 삶의 지혜를 되돌려주기 위해서라고.할머니의 에끼스를 받아먹고 새세대가 풍요롭게 피어난다는 요지다.

이 아름다운 이야기엔 관념적인 문체로 줄곧 실존의 문제를 다뤄온 이씨의 소설세계가 밑그림으로 깔려있다.생명받은 자끼리 서로 부대끼며 한을 품게 되는 삶의 고리를 끊을 해답으로 이씨는 조건없이 흘러넘치는 사랑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실제로 노모를 잃은 이씨는 현재 이 동화를 모티브로 소설 「축제」를 쓰고 있다.작가는 치매현상을 보이는 어머니를 둔 임권택 감독과 손잡고 이 소설을 영화화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동시작가 권태응을 모르는 사람도 다음의 동요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하얀 꽃 핀건 하얀 감자,/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감자꽃」

지난 18년 충주에서 난 시인은 37년 일본 와세다대학 재학중 「독서회사건」으로 1년간 옥살이를 했다.이때 얻은 폐결핵이 악화되면서 33세로 요절했다.일제치하에서 「사람의 근본을 속일수는 없다」는 저항의 의미로 읽힌 「감자꽃」을 비롯,시인은 쉬운 우리말로 평범한 자연현상이나 삶의 이치와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노래를 썼다.

<청개구리 우는 날은/비가 오데요/청개구린 비 부르는/요물인가 봐/…/청개구리 잡거들랑/가둬 놓고는//논밭 곡식 물 마를 때/울려 볼까요.>「청개구리」

<아저씨는 증말/등심도 좋아//뭣이든지 냉큼/등에다가 지고//아주머닌 증말/머릿심도 좋아/뭣이든지 붓적/머리에다 이고.>「등심 머릿심」

<우리 집 할아버진/병환으로/맛난 음식 보시고도/못 잡수니 걱정//이웃집 할아버진/가난해서/세 끼 음식 제대로 /못 잡수니 걱정>「틀리는 걱정」

문학평론가 유종호씨는 해설을 통해 「하늘에는 별이 있고 땅에는 꽃이 있다고 옛날부터 말해왔습니다…노래와 얘기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 세상의 별이요 꽃입니다」라면서 시인의 시를 재미있고 유익하고 외기 쉽고 진솔하고 공감이 간다고 평가했다.<손정숙 기자>
1995-10-0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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