콸라룸푸르 시내의 고급 주택가인 「잘란 메지」 14번지에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이 자리잡고 있다.지난 13일 북한 대사관은 개설이후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됐다.좀더 정확히 말하자면,처음으로 서울에서 온 기자들에게 공개됐다.이날 북한측은 24일동안 진행돼온 미국과의 「준고위급회담」이 타결되자 한국기자가 포함된 내외신기자들을 공관에 불러 수석대표였던 김계관 외교부 부부장의 기자회견을 가졌던 것이다.
기자들이 안내돼 들어간 방은 수영장을 끼고 있는 건물 1층의 5평 남짓한 회의실이었다.약간은 빛이 바랜,젊은 시절의 김일성초상화가 벽 중앙에 걸려있는 이 방에서 저녁 6시부터 조금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회견이 시작됐다.회견에는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과 서울·도쿄·워싱턴 등지에서 파견된 기자들이 30명 가까이 참석했다.
회견의 주인공인 김계관 부부장은 7명의 대표단 가운데 유일하게 이날까지 남아있던 정성일 외교부 담당지도원을 대동하고 나타났다.김계관이 북한 나름대로 이번 준고위급회담의 성과를 선전하는 것으로 회견은 시작됐다.
그는 『회담의 가장 중요했던 문제는 경수로형이었다』고 운을 뗀뒤 『초기에 미국은 있지도 않은 한국형을 강요했지만,우리는 미국의 설계와 기술의 개량형을 경수로형으로 정했다』고 주장했다.그는 또 『경수로 사업이 제대로 이행되려면,조·미간에 평화협정부터 체결돼야 한다』고 전형적인 북한의 정치적 선전공세로 비약해갔다.
그러나 김계관의 이러한 억지 논리는 얼마가지 못했다.그의 발언이 끝난뒤 한국기자들이 『경수로형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선정키로 했고,KEDO는 한국표준형경수로의 선정을 설립협정에 명시하고 있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설계와 기술이 누구의 것이냐가 중요하지 어디서 만든 것인가는 중시하지 않는다』고 말을 돌렸다.그는 계속해서 한국의 기업이 주계약자가 되는 문제,한국의 기술자가 북한에 들어가는 문제등에 대해서는 『미국과 KEDO가 조직하는 사업이므로 관계하지 않는다』고 꼬리를 내렸다.
회담 결과를 북한식으로 선전하기 위해 회견을 했지만,한국기자들의 질문공세에 머쓱해진 김계관 부부장의 모습에서 한국이란 원산지를 덮어두고 미국경수로를 받아냈다고 주민들에게 선전해야만 할 북한 외교관의 측은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콸라룸푸르에서>
기자들이 안내돼 들어간 방은 수영장을 끼고 있는 건물 1층의 5평 남짓한 회의실이었다.약간은 빛이 바랜,젊은 시절의 김일성초상화가 벽 중앙에 걸려있는 이 방에서 저녁 6시부터 조금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회견이 시작됐다.회견에는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과 서울·도쿄·워싱턴 등지에서 파견된 기자들이 30명 가까이 참석했다.
회견의 주인공인 김계관 부부장은 7명의 대표단 가운데 유일하게 이날까지 남아있던 정성일 외교부 담당지도원을 대동하고 나타났다.김계관이 북한 나름대로 이번 준고위급회담의 성과를 선전하는 것으로 회견은 시작됐다.
그는 『회담의 가장 중요했던 문제는 경수로형이었다』고 운을 뗀뒤 『초기에 미국은 있지도 않은 한국형을 강요했지만,우리는 미국의 설계와 기술의 개량형을 경수로형으로 정했다』고 주장했다.그는 또 『경수로 사업이 제대로 이행되려면,조·미간에 평화협정부터 체결돼야 한다』고 전형적인 북한의 정치적 선전공세로 비약해갔다.
그러나 김계관의 이러한 억지 논리는 얼마가지 못했다.그의 발언이 끝난뒤 한국기자들이 『경수로형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선정키로 했고,KEDO는 한국표준형경수로의 선정을 설립협정에 명시하고 있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설계와 기술이 누구의 것이냐가 중요하지 어디서 만든 것인가는 중시하지 않는다』고 말을 돌렸다.그는 계속해서 한국의 기업이 주계약자가 되는 문제,한국의 기술자가 북한에 들어가는 문제등에 대해서는 『미국과 KEDO가 조직하는 사업이므로 관계하지 않는다』고 꼬리를 내렸다.
회담 결과를 북한식으로 선전하기 위해 회견을 했지만,한국기자들의 질문공세에 머쓱해진 김계관 부부장의 모습에서 한국이란 원산지를 덮어두고 미국경수로를 받아냈다고 주민들에게 선전해야만 할 북한 외교관의 측은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콸라룸푸르에서>
1995-06-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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