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문화」/김종수 출판인·도서출판 한울대표(굄돌)

「동남아 문화」/김종수 출판인·도서출판 한울대표(굄돌)

김종수 기자 기자
입력 1995-06-03 00:00
수정 1995-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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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동북아 역사청산과 21세기』를 다룬 국제학술회의에서 한국의 한 발표자는 『오늘날 「동북아」라는 지리적 공간은 있지만 상호 연관된 동북아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다.여러가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대학에서 동양사를 공부했던 필자에게는 이 말이 매우 실감나게 들렸다.

한 중 일은 오랜 역사를 통해 많은 문화적 공통성을 가지고 있고 세나라 사람들이 만나 급하면 한자라도 써서 의사를 통할 수 있는 비상수단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그러나 막상 세나라의 문화적 교류는 미미하기 짝이 없다.

좀 무리한 비유일 지 모르나 서유럽이라 통칭되는 영국,프랑스,독일의 경우를 보자.이들 세나라는 동북아의 세나라 만큼이나 역사적 공통성을 가지면서도 서로 치고 박고 싸운 원한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그러나 이들나라 간의 해묵은 원한은 거의 없다.철저하고 깨끗한 역사 청산을 통해 지금은 서로 자극하며 영향을 주고 받는 건설적인 경쟁관계다.

필자가 부러운 것은 이들 나라의 지적 교류이다.웬만한 책은 서로 쉽게 번역소개되고 나아가 세 나라의 유명 출판사가 모여 함께 기획출판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이들 나라의 지식인이 모이면 영,불,독 언어중 적어도 하나로 쉽게 의사가 소통된다.이들 나라의 문화는 따라서 세 나라의 문화의 산술적 합계 이상의 풍요로움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동북아의 경우를 보자.세 나라에서 동시 출판되는 책은 아마 유래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세나라 지식인이 모이면 아마도 가장 자주 사용되는 공용어는 영어일 것이다.세 나라 지식인 중 한중일 언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쉽게 찾을 수가 없다.한마디로 동북아의 문화는 과거 문화를 공유할 뿐 현재의 문화는 철저하게 유리되어 있다.

최근 필자의 출판사에서 『기구한 인연』이란 회고록을 낸 조선족 중국인 김원씨는 한중일 삼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우리 민족사와 함께 그의 기구했던 개인사가 만들어낸 것이다.아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러한 개인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그런데 역사 청산의 미비,체제의 대립 등으로 세나라가 공유할 수 있는 문화적 자양분이 그냥파묻혀 있다.이제는 실직적인 「동북아」혹은 「동북아 문화」가 만들어져야 할 시기이다.
1995-06-0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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