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육 바뀌어야 한다」/엄규백 중등교육협 회장

「우리교육 바뀌어야 한다」/엄규백 중등교육협 회장

엄규백 기자 기자
입력 1995-04-23 00:00
수정 1995-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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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교육으론 「정보화」 대응 못한다/첨단 멀티미디어 교육현장에 도입해야/획기적 개혁 단행… 21세기 주인공 기르자

앞으로 5년이면 21세기 새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21세기 미래사회는 고도의 국제화·정보화 사회로 예견되고 있다.세계의 정보화 흐름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에도 크게 영향을 미쳐 정치·사회·문화는 물론 우리의 의식구조에 이르기까지 일대 변혁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 변혁에 우리의 교육도 예외일 수 없으며 따라서 학교교육도 크게 바뀌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교육제도를 비롯해 교육방법과 교육내용이 사회변혁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와 함께 학교교육이 개혁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사회전반에 팽배해 있는 것이다.

우리 교육이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걱정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문제에서 연유한다.

첫째,고등학교 진학률이 96% 이상으로 급상승한 오늘,고교교육이 사회변화에 올바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사회가 급속도로 변하고 가정과 학생들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데도 학생들의 다양화에 학교가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학생은 다양화되고 있는데 학교교육의 내용은 다양화된 학생들에게 전혀 매력이 없다는 현실이다.교육과정의 획일화로 학생들의 선택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학교교육 특히 고교교육을 획일적인 교육으로 몰고가는 요인으로 우리의 대학입학 시험제도를 꼽을 수 있다.고교교육이 대학진학 준비를 위해서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지배적이며 졸업생들의 대학진학 성적으로 출신 고등학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생각하는 풍조가 고등학교를 황폐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같은 풍토에서는 결코 심신의 건전한 발달은 물론,개성이나 창의성의 신장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학교교육의 황폐화로 21세기 정보화사회의 바람직한 인간상으로서 요구되는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사람,스스로 문제의식을 갖는 자율적인 사람,넓은 관점에서 일을 파악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생산적인 탐구를 할 수 있고 사고가 유연한 사람을 육성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교육에서 커다란 전환이 요구되는 또 다른 문제는 세계적으로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정보화 흐름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이른바 「멀티미디어 혁명」이 새로운 산업혁명으로 사회구조를 개혁하고 있는데도 학교가 대응은 커녕 준비조차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우리의 교육현장에서는 컴퓨터에 능숙하고 컴퓨터게임 등에 익숙한 「하이테크 아동」들을 칠판 중심의 19세기적인 「로우테크 교실」에서 일제수업 형태로 교육하고 있으니 언제 새로운 미래사회의 주인공을 육성할 수 있을는지 한심스럽기만 하다.

21세기 미래사회를 향하는 근원적인 산업구조의 변혁,나아가 사회변혁은 교육현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 하나의 실례를 미국 뉴욕 시내에 있는 한 사립학교에서 찾아 볼 수 있다.이 학교는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는 이른바 「K­12」라고 불리는 초·중등 교육의 일관교육 학교인데 현재 이 학교에서 멀티미디어와 네트워크를 연결한 새로운 교육실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어느 독지가의 기부로 시작되었다고 하는 이 프로젝트는 「새로운 수업과 학습을 위한 실험실(New Laboratory for Teaching and Learning)」이라고 불리며 멀티미디어와 네트워크 기술을 교육현장에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학생의 학습을 실현시켜 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예컨대 셰익스피어 드라마가 수록되어 있는 레이저 디스크를 이용,유명한 극 장면마다 다른 연출가에 의해 연출되는 서로 다른 배우들의 연기 모습을 영상을 통해 비교해가며 학습할 수 있다고 한다.「정보기술은 교육현장을 어떻게 변혁하는가」라는 인식으로부터 시작한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고속 디지털·네트워크와 대화형 멀티미디어가 미래의 학교 교육현장에서 커리큘럼과 그것들을 활용하는 교사와 학생의 교수·학습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이같은 새로운 정보기술을 활용하면 다음의 두가지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첫째로 모든 교재를 교사와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입수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둘째로 교재는 이제까지 종이에 인쇄된 것이 주류였는데 훨씬 넓은 범위로 확대될 것이며 학습효과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그리고 학습활동이 커리큘럼의 고정적인 순서에 구애받지 않으며 학습대상도 이제보다도 훨씬 넓은 영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따라서 현재로서는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학생 스스로 잠재적으로 갖고 있는 능력에 따른 교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의 새 시대는 서두에서 언급하였듯 국제화시대이며 고도의 정보화시대로 전망되고 있다.국제화·정보화 사회로의 진전은 우리들에게 이제와는 상당히 다른 새로운 행동양식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21세기의 주인공이 될 오늘의 청소년을 육성해야 할 우리 교육은 오늘과 같은 획일적이고 대학 입시위주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우리의 교육도 21세기 새 시대를 대비하는 획기적인 교육개혁을 과감히 추진하여야 할 것으로 믿는다.
1995-04-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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