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외국어 교육(세계화 외국에선)

네덜란드 외국어 교육(세계화 외국에선)

박정현 기자 기자
입력 1995-03-25 00:00
수정 1995-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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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 귀·입 틔워 취학전 영어 “술술”/“외국어 실력이 국력” 온국민 생활화/대학진학 하려면 6개국어 익혀야

『조그마한 나라에서 외국 문물을 알아야 살 수 있지요.그래서 우리는 외국어를 열심히 배웁니다』

네덜란드가 지난해 영어실력테스트인 토플(TOEFL)에서 평균성적 6백5점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을 때 네덜란드인들이 보인 반응이다.성적보다도 자랑스럽게 여기는 대목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영국(2위)을 눌렀다는 점이다.

네덜란드인들의 영어실력에 이견을 보이는 유럽사람은 없다.그들의 영어 발음은 정확하다.단지 토플 시험을 통해 영어최강국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을 뿐이다.모국어는 네덜란드어지만 영어는 제2의 국어에 해당된다.거리의 청소부도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만큼 전국민에게 통용된다.

암스테르담에 사는 교민 최원규씨(48·사업)는 몇해전 Ostracism(추방이라는 뜻)같은 단어가 무슨 뜻이냐는 질문을 아들로부터 받고 깜짝 놀랐다.아들은 영어를 배운적도 없는 국민학교 1학년생이었기 때문이다.

영어교육이 시작되는 것은 국민학교 5학년.그런데도 그전에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TV 덕이다.네덜란드의 7개 TV는 영화를 상영할 때 네덜란드어로 더빙하는 적이 없다.자막으로 처리해 이해를 도울 뿐이고 외국어를 직접 듣도록 해 어릴 때부터 귀를 트이게 한다.

그들은 외국어를 생존전략 차원에서 배운다.바다를 사이에 둔 영국과 대륙 주변의 프랑스,독일 등 강대국의 지배를 받기도 하면서 그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작은 나라가 생존하려면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해외를 무대로 장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배어 있다.

때문에 네덜란드인은 영어만 잘 하는게 아니다.영어는 필수이고 독일어나 프랑스어 가운데 하나는 할줄 안다.독일어나 프랑스어는 중·고등학교에서 배우기 시작하지만 TV 덕분에 그전에 간단한 회화는 할 수 있게 된다.

대학진학 공부를 하는 고등학생은 네덜란드어,영어,프랑스어,독일어에다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배운다.모두 6개국어를 구사하는 셈이다.

「외국어실력은곧 국력」이라는 생각은 네덜란드 사람들의 생활신조에 해당된다.그들은 외국인을 만나는 기회를 외국어 공부를 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한다.회사원인 리첸씨(29)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대화를 할 때 외국어를 배우려고 평소에 노력한다』고 말했다.외국어 습득 노력이 습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이나 프랑스 사람들은 지금까지 자국어가 세계어로 사용되는 언어강국이었기 때문에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프랑스는 국민학교 2학년부터 영어·독일어 회화 비디오테이프를 들려주는 외국어교육 개혁안을 마련중이다.이제 외국어 공부에는 작은 나라 큰 나라 구분도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파리=박정현 특파원>
1995-03-2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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