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카스트로/경제·정치인 잇단 접촉 눈길

파리의 카스트로/경제·정치인 잇단 접촉 눈길

박정현 기자 기자
입력 1995-03-15 00:00
수정 1995-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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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측선 외교노선 독자성 재확인

피델 카스트로 쿠바국가평의회의장의 파리 방문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사상 처음 프랑스땅을 내디뎠다는 상징성 때문이다.특히 쿠바는 유럽연합의 어느 나라와도 교역을 하지 못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카스트로의 프랑스 방문 첫번째 목적은 경제협력 도모이다.유네스코가 초청한 형식의 방문이지만 그의 행보는 프랑스 경영인연합회와의 접촉에 초점이 모아진다.옛 소련과 동구의 붕괴로 새로운 교역 상대가 절실해졌다는 것이다.프랑스의 한 신문은 「30여년전 라틴아메리카의 혁명을 주장하던 젊은이들의 영웅이 지금은 구걸하러 다니는 신세로 바뀌었다」고 표현했다.

방문 기간 동안 그는 될수록 많은 정계 인사들과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하원 방문은 예정돼 있지 않지만 필립 세겡 하원의장도 만난다.프랑스 등 유럽이 쿠바를 맞이할 준비가 돼있는 듯한 모습을 미국에 과시하려는 계산인 듯하다.

또 그는 프랑스 공포정치의 대명사 로베스피에르의 열광적 지지자이자프랑스 혁명이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 혁명의 어머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카스트로의 정치적·개인적인 계산과 함께 프랑스에서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부부가 모두 그의 방문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미테랑 대통령은 임기를 두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카스트로의 방문으로 프랑스의 독자외교력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셈이다.

또 미테랑 대통령의 부인 다니엘 여사가 카스트로의 방문에 상당한 영향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진다.국제적 인권단체인 「프랑스 리베르테」를 주도하고 있는 다니엘 여사는 89년 카스트로의 초청으로 쿠바를 방문한 적이 있다.당시 다니엘 여사는 쿠바의 병원시설 개수를 위한 기금 1천2백50만프랑(약 18억7천만원)을 기부했다.

이런 친분 탓인지 카스트로는 유네스코 초청 방문인데도 실질적으로는 국빈 방문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고 있다.영빈관인 마리니호텔이 그의 숙소이고 샹젤리제에 쿠바국기가 걸리지 않은 점만 빼면 국빈급 접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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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대 탓인지 그는 도착 당일 하루더파리에 머물기로 일정을 바꿔 16일 출발하기로 했다.충격적인 방문 속에 융숭해보이는 접대를 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프랑스가 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쿠바의 인권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미테랑 대통령이 금수조치에 대해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같은 목소리를 낸 것도 이 때문이다.<파리=박정현 특파원>
1995-03-1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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