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PD 가는 PD/최양수 연대 신방과교수(일요일 아침에)

오는 PD 가는 PD/최양수 연대 신방과교수(일요일 아침에)

최양수 기자 기자
입력 1995-02-19 00:00
수정 1995-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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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지원한 학생의 과반수가 장래의 희망을 방송PD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최근 몇년의 경향과 비교해 볼 때 현저하게 늘어난 수의 학생들이 방송PD를 일생의 업으로 삼고자 하고 있다.

입시 면접시험에서 내가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은 『모든 것이 희망하는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20년 후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였다.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정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파리해질 정도로 입시준비에 열중한 수재들이 고작(?)『방송PD가 되는것』이라고 서슴지 않고 답변하는 것을 춥고 배고픈 시절을 경험한 욕심 많은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언 땅을 헤집고 파아란 싹을 돌출시킬 만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젊은이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인생을 걸겠다는 자세에서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방송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며칠 뒤면 본격적으로 실시될 케이블 텔레비전과 곧 시험방송을 시작할 위성방송등 이제 우리나라 방송도 범세계적인 무한경쟁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따라서 지금은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 보다도 클 수 밖에 없는 시점이다.나는 학생들이 희망하는대로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었고 열심히 연마해서 훌륭한 PD가 되어 우리나라 영상문화를 발전시키는 첨병이 되어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정치 이데올로기가 위력을 발휘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즈음에는 텔레비전을 위시한 영상매체들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영상매체가 전하는 이미지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현실의 정형이라 할 수 있다.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오관을 통해 접하는 현실보다 스크린 위의 이미지를 더욱 중요한 현실로써 받아들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우리 학생들은 현실로써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PD의 위력을 누구보다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 시기를 전후하여 방송PD의 비리에 관한 보도가 있어왔고 아직 비리관련 수사는 종결되지 않은 듯 하다.우리 대중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어왔던 PD들이 일부는 철창 너머로 또 일부는 기약 없는 도피의 길을 택했다.과거 일면식이 있었던 몇몇 사람들의 이름을 접하는 나로서는 일반인 보다 더 큰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공중의 자산인 전파를 수탁한 방송인이 사익을 챙기기 위해서 비리를 저지른 점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그러한 비리를 잉태하게 끔한 우리나라 방송구조에 있음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법과 제도,그리고 방송산업구조의 정비 없이 몇년에 한 번씩 「혼내주기」식의 수사로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어렵다.붕어빵 틀은 아무리 좋은 말가루 반죽을 부어도 붕어빵 밖에는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방송PD가 되기 위해 밀려 오는 유능한 젊은이들의 모습과 정든 일자리를 떠나가는 유능한 PD들의 모습 사이를 어떻게 연결해야 할 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유혹 받지 않고 마음껏 일하고 뛰놀 수 있는 새로운 틀을 우리 모두 만들어야 할 때다.
1995-02-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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