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논리 뛰어넘을때/문정희 시인(굄돌)

냉전논리 뛰어넘을때/문정희 시인(굄돌)

문정희 기자 기자
입력 1994-11-30 00:00
수정 1994-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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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커피의 이름으로 더 친근한 자메이카의 블루마운틴을 오른 적이 있다.그때 나는 한 텔레비전의 취재팀에 끼여 그곳에서 커피농사를 짓고 있는 농장주인 아텔보윈씨를 만나기 위해 그곳에 갔었다.우선 블루마운틴은 그야말로 청산이라는 말 뜻 그대로 아름다운 산이었다.어쩌면 이 경우 푸르다는 의미의 블루는 단순히 색깔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청정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산은 정말 깨끗하고 신선했다.깨끗한 것은 산만이 아니었다.커피농사에 손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진 아텔보윈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덥썩석내 손목을 잡으며 먼나라에서 온 우리를 아주 반갑게 맞아주었다.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인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거 당신네 나라의 핵은 어찌 된거요』하고 사람좋은 웃음을 껄껄 웃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일제히 『그건 북쪽 코리아이고 우리는 남쪽 코리아입니다』라고 정정했지만 순간 목에 가시라도 걸린 듯 찜찜했다.

외국에 나가 사람들을 만났을 때 흔히 물어오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당신은 남쪽코리아에서 왔느냐.아니면 북쪽코리아에서 왔느냐』하는 것이다.

그 때마다 나는 물론 『남쪽』이라고 얼른 대답하지만 속으로 『아니,이렇게 세련된(?)내 옷차림을 보면 모르나.당연히 잘 사는 남쪽코리아에서 왔지』하는 반발이 스쳐갔었다.

그러나 웬일일까.아텔보윈씨와 헤어져 블루마운틴을 내려오면서 그날따라 내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

언제까지나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저쪽은 나쁘고 이쪽만 좋아요』하는 식으로 살아야 하는가.그리고 더욱 슬픈 것은 우리의 이 엄청난 분단 현실이 우리에게만 엄청난 비극일 뿐 다른 나라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어느 한 나라의 자기들 끼리의 일』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국제화 세계화가 무언지는 확실히 모르겠으나 우리의 반쪽인 북한을 바라보고 북한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1994-11-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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