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적 상숙/값 깍으면 저울눈 속여 벌충(최두삼 귀국리포트:15)

천부적 상숙/값 깍으면 저울눈 속여 벌충(최두삼 귀국리포트:15)

최두삼 기자 기자
입력 1994-11-23 00:00
수정 1994-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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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거삯 에누리… 도착후 “두사람분 다 내라”

북경시 외국인 거주구역 부근에는 야채와 과일등을 파는 재래식 시장이 몇군데 자리잡고 있다.이곳에서의 상품거래 특징은 한근에 얼마라고 부른뒤 반드시 근으로 달아서 가격을 계산한다.한국에서처럼 파 한단에 몇원,사과 몇개에 몇원과 같은 방식이 아니다.그런데 이 때 사용하는 저울이 과거 한국 농촌에서도 많이 사용했던 재래식 대저울이다.요즘 한국주부들이 이 저울의 눈금을 제대로 읽을리 만무하다.

한국주부들은 중국에서도 물건을 사려면 먼저 값부터 깎고본다.한근에 3위안(원·약3백원)씩이라고 부르면 대번에 2위안으로 후려쳐 깎아낸다.그러면 야채를 파는 시골농민 타입의 장사꾼들은 못이긴채 하면서 팔아 넘긴다.이렇게 값을 깎으며 물건을 사다가 한달쯤 지나면 아무래도 중국의 한근이 비록 5백그램이라해도 한국의 한근보다 너무 가볍다는 의심이 생겨난다.드디어 재래시장에서 산 물건을 백화점등에 가져가 앉은뱅이 저울위에 놓아본다.그 순간 깜짝 놀란다.근수가 형편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복숭아를 한근에 5위안씩 달라는 걸 4위안으로 깎아서 5근에 20위안을 주고 사왔는데 여기서 달아보니 4근밖에 안됐다.그러고 보니 그 장사꾼은 값을 깎아준 대신 근을 속여서 원래의 값을 그대로 받아낸 것이다.

이 주부는 다시는 안속는다며 대저울 눈금읽는 법까지 배운뒤 시장에 나간다.그러나 그 상인이 팔꿈치로 저울대를 살짝 누르는 속임수를 알아차리는데도 또 몇주가 걸린다.이것마저 알아낸뒤에는 또 거스름돈에 당한다.50위안정도의 큰 돈을 냈을 경우 잔돈을 내줄 때 10전이나 20전짜리 잔돈을 무더기로 내주는 것이다.일일이 세어보기가 귀찮아 그냥 받아서 쓰다가 집에와서 계산해보면 뭔가 아귀가 잘 안맞는다.또 당했구나 하며 다시는 절대 안속는다고 결심해봐야 소용없다.한국주부들에게 밑지지 않고 팔아먹는 수법은 이것들 말고도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조금만 살다보면 그들의 이같은 상술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북경을 비롯한 큰 도시에서는 아직도 자전거 뒤편에 2인용 자리를 만들어 끌고다니는 인력거를 타고 시내구경하는게 외국인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어느 일요일 밤 집밖에 나왔다가 인력거 타고가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하도 좋아보여 나도 아내와 함께 인력거를 하나 세웠다.

『여기서 천안문 광장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데 얼마요?』

『50위안만 주십시오』

『뭐가 그리 비쌉니까.30위안에 갑시다.그 이상이라면 안타겠소』

『좋습니다.어서 타십시오』

신바람이 나서 인력거를 몰던 이 노인은 천안문을 돌아서 나오면서 우리 부부를 보고는 『1인당 30위안씩에 이런 구경을 한다는 것은 공짜나 다름없지요』라고 했다.나는 『아차 또 실수했구나.왜 두사람 합쳐서 30위안이라는 사실을 다짐하지 않았던가』하며 주먹으로 머리를 쳤다.

예상대로 그는 우리가 내리자 1인당 30위안씩 60위안을 요구했고 나는 두말없이 그의 요구에 따랐다.여기서 30위안만 주려고 다퉈봐야 논리적으로 이기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만약 큰소리가 났다하면 삽시간에 수십명의 중국인들이 우루루 몰려들어 우리 부부를 에워싼채 이 노인 편을 든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홍콩에서 근무할 때 갑자기 아파트 현관문이 안에서만 열리고 밖에서는 열수 없게됐다.그래서 바로 집앞 열쇠전문집에 연락해서 사람을 불렀다.한 젊은이가 올라와 문을 살피더니 『이 문을 고치는데 1백홍콩달러(약 1만원)입니다.이 값에 고치시겠습니까?』하고 묻는 것이었다.나는 물론 『좋다』고 답변했다.이 문 자물쇠를 뜯어서 풀어젖힌뒤 고치자면 30∼40분은 걸릴테니 그 정도는 줘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그러나 이게 웬일인가.그는 단 5초도 안돼 고쳐냈다.안에서만 잠기는 스위치를 돌려놓은게 전부였다.

『나는 속았다』며 1백달러를 다 줄수 없다고 큰소리쳤다.하지만 『이것은 우리의 노하우다.당신은 방금 좋다고 분명히 대답하지 않았느냐』는 반복된 주장에는 더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위에서 겪은 일들은 중국에서 소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사람들과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간의 상술대결에서 누가 이겼나를 잘 보여주고 있다.그들의 상술은 한마디로 천부적,바로 그것이었다.
1994-11-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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