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 깨진 양형논의/노주석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금기 깨진 양형논의/노주석 사회부기자(오늘의 눈)

노주석 기자 기자
입력 1994-10-19 00:00
수정 1994-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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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하도록 돼있다.재판의 결론부분인 양형은 해당 법관만이 가진 「신성불가침의 권한」으로 인식되어 왔음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법원의 비위고위공직자에 대한 무더기 석방과 흉악범에 대한 들쭉날쭉한 선고형량이 일반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비난여론이 세차지면서 「불가침의 권한」에 대한 자기반성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30여명의 법원수뇌부들이 모인 17일의 전국법원장회의는 이같은 「양형」문제를 공개적으로 공식적으로 논의한 사법사상 첫회의로 기록된다.

윤관 대법원장은 이 자리에서 『법관의 양심과 가치관은 개인적,주관적이 되어서는 안되며 사회적,객관적인 타당성을 갖춰야 한다.법관의 사법적 판단이 사회적 합리성을 가지고 국민적 공감속에 존재할때 비로소 사법부는 자기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고 전제,『만일 그 판단이 국민적 감각과 유리되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면 우리는 그 원인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통찰하여야 한다』며 양형편차해소를 위한 화두를 던졌다.

그동안 양형을 적정화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는 더러 있어 왔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논의하는 일은 일종의 금기사항이었다.

따라서 동일 사안인데도 관할 법원과 배당 판사에 따라 형량의 편차가 심해 애꿎은 국민들만 고통받아야 했다.심지어 일부 피고인및 변호사들은 사건이 어느 지역 어떤 재판부에 배당되느냐의 여부를 실제 재판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많은 일선판사들은 자신들이 내리는 선고량에 대해 의문을 품어 왔음을 부인하지 않는다.하지만 「양형」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의 독립을 해치고 나아가 법관의 양심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여겨 왔다.누군가 나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주기」를 기다려 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양형에 대한 금기는 깨졌다.전국의 법원장 모두가 양형편차및 불균형해소를 위한 적절한 방안마련이 긴급하다고 동의했기 때문이다.

「양형」문제는 사법부가 이루어야할 어떤 과제보다도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다.사법부의 독립과 법관의 양심을 지키는 영역이기도 하지만 일반 국민입장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요체다.양쪽 모두 만족할 해법을 기대한다.
1994-10-1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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