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은 「속빈 핵카드」로 서방 농락”

“평양은 「속빈 핵카드」로 서방 농락”

김영만 기자 기자
입력 1994-10-13 00:00
수정 1994-10-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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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이 미국에 충고하는 까닭/“북한은 정상적 협상상대 아니다/한국경험 활용,강경대응 해야 굴복”

김영삼대통령이 원칙을 앞세워 미국과 북한 회담에 대해 충고를 아끼지 않는 까닭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김대통령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CNN과의 회견에서 북한을 「아무것도 가진 것도 없으면서 허풍으로 가득 찬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비췄다.이는 북한이 핵을 가졌을지도 모르고,북한을 협상파트너로 대접해야 한다는 미국의 인식과 대치된다.여기서 한국과 미국 사이에 미국과 북한의 회담에 대한 전술전략상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고 미국의 유약한 북한전략에 대한 김대통령의 파상적인 충고가 이어지고 있다.

김대통령은 북한이 아무것도 없으면서 안개속의 신비로 서방세계를 농락하고 있다고 믿는 눈치다.마치 소련이 개방될 때까지 엄청난 힘을 가진 것으로 서방세계에 비쳐졌듯 북한 또한 같은 허구의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막상 그 안개를 걷고 보면 체제유지에도 허덕이는 본 모습이 있는데도 미국이 이를 보지 못하고 북한에 끌려다닌다는 평가이기도 하다.

김대통령은 청와대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한국은 모든 면에서 북한의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여기서 더 나가 『북한이 남한을 교란시키고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망상은 가능성도 없고 쓸모도 없으며 외화만 낭비하는 일』이라고 단언했다.김대통령은 특히 CNN과의 회견에서 『북한에는 핵이 없고 카드로만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우리가 그 핵카드에 속아서는 안되며,오히려 협상을 간절히 바라는 쪽은 우리가 아닌 북한이라고 이야기했다.

북한을 정상적인 협상파트너로 인식해서는 안된다는 대통령의 인식은 보다 직설적인 형태를 띤다.그는 청와대기자단과의 오찬에서 『우리는 4백회가 넘게 남북대화를 했지만 그들이 지킨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그는 이를 들어 CNN과의 회견에서나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분명한 것은 그 누구보다도 우리가 북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미국이 우리측의 견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김대통령은 대화에만 매달리는 미국의 자세를 비판하고 있다.또한 스스로 남북한 대화에 당당하게 임할 것이며 조급하게 판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김대통령이 생각하는 바람직스러운 핵협상전략은 무엇인가.이 부분에 대해 김대통령은 지금까지 분명한 프로그램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그는 다만 청와대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핵개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팀스피리트훈련을 재개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혔다.또한 제네바회담에서 타결되지 않는다면 유엔안보리에 회부하는 길밖에 없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이런 발언들은 김대통령이 핵협상은 어떤 선(양보의 정도나 시기)을 그어놓고 그 범위안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범위를 넘으면 실력행사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팀스피리트훈련이나 유엔안보리회부는 이른바 실력행사에 해당한다.북한은 실제 아무것도 가진 게 없기 때문에 실력행사를 하면 할수록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는 것이 아니라 핵협상의 타결전기가 마련된다는 것이 김대통령의 생각인 듯하다.이런 탓에 실력행사는 주저하면서 양보의 폭을 늘리더라도 대화로만 해결하려는 미국의 자세는 못마땅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김대통령은 미국의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자신의 임기중 귀중한 1년7개월을 남북문제에서 허송세월을 했다고 생각한다.김대통령은 임기중에 통일의 기반을 조성한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미국의 태도가 차질을 주고 있는 셈이다.<김영만기자>
1994-10-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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