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성적 원전토론/고현석 생활과학부 기자(오늘의 눈)

비이성적 원전토론/고현석 생활과학부 기자(오늘의 눈)

고현석 기자 기자
입력 1994-09-17 00:00
수정 1994-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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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하오 서울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는 지난 9일부터 핵연료장전이 시작된 영광3호기의 안전성 문제에 관한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공개토론이 열렸다.

온나라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또 이해가 엇갈리는 문제라 이날 토론이 열기를 띠는 것은 당연했다.그러나 현장에서 느낀 것은 쌍방이 모두 자신들만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토론문화의 부재였다. 주최측인 경실련은 이같은 상황을 우려해 처음부터 1문1답식의 발언 각 5분,보충질의 및 응답은 3분으로 제한했다.그러나 간단한 질문에도 상대편은 질문과는 관련이 없는 자신들의 주장과 그 합리성을 역설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했고 결국 이날 토론은 참관자,참석자 모두에게 꺼림칙함만을 남긴채 끝이 나고 말았다.

질문의 핵심은 그동안 안전성에서 수많은 의문이 제기되었던 미 컴버스천 엔지니어링사의 모델인 영광3·4호기가 어떻게 핵연료를 장착하게 되었느냐였다.환경단체 관계자들은 또 원자력계가 자체적으로 원전을 건설하고 원전의 안전성을 심사하는 것도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 전문가들은 5공당시 거액로비설이 거론되고 있는 C/E사의 모델을 선택한 것은 당시 미국 웨스팅하우스사가 꺼리던 기술이전을 조건으로 내놓았고 『전반적인 응찰조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만 밝혀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대답을 회피했다.

질문을 하는 쪽도 마찬가지였다.상대방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서인듯 『역대 한전사장중 구속안된 사람이 몇명있는가.그런 사람들이 수장으로 있는 기관의 공사를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등 상황을 처음부터 특정개인에 대한 비방과 인신공격 등의 분위기로 몰고갔다.처음부터 토론은 이가 잘 맞아 들어가지 않았다.환경론자들은 해결방법은 핵발전소의 건설중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반면 원전관계자들은 대체에너지는 핵밖에는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토론이라는 것도 실은 어느정도의 공감대가 바탕에 깔려있는 상태에서 의견을 조정하는 수순이라고 볼 때인신공격성 발언과 감정적 대응,이미 그곳은 토론의 마당이 아니었다.

영광3호기는 우리나라가 현재 북한에 지원하려고 정부차원에서 대외적으로도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기종이다.그런데 이 한국형 표준원자로에 대해 나라안에서조차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대외적으로 한국형원자로를 주장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1994-09-1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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