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우주개발에 중대차질/위성 기쿠6호 궤도진입 실패

일 우주개발에 중대차질/위성 기쿠6호 궤도진입 실패

강석진 기자 기자
입력 1994-09-02 00:00
수정 1994-09-0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H2로켓 발사 성공 나흘만에 엔진 멈춰/세계최대 목표로 5천억원 투입 “헛일”

일본이 지난달 28일 야심차게 쏘아올린 「순국산」위성 「기쿠6호」가 발사 4일만에 궤도진입에 실패,일본의 21세기를 향한 우주개발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본은 지난 70년 최초로 인공위성 「오오스미」호를 쏘아올린 뒤 4반세기만인 올해 완전한 자체 기술로 개발한 H2로켓을 지난 2월 발사하는 데 성공했었다.

이어 6개월만에 이 로켓에 정지위성 기쿠6호를 실어 쏘아 올렸던 것.

기쿠6호는 무게가 2t이나 되고 궤도에 진입,태양전지판을 펴게 되면 너비가 30m로 세계 최대급의 위성이 될 예정이었다.게다가 일본은 지금까지 기계구조가 단순한 고체연료를 써왔으나 기쿠6호에는 정지궤도 진입용으로 구조가 복잡하고 정교한 액체연료 엔진이 장착돼 있었다.일본으로서는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자부심의 상징이었다.

또 기쿠6호에는 멀티미디어 시대를 내다보고 일본전신전화(NTT)등이 실험하려는 각종 최신 통신기기들이 실려 있어 우주 이용의 최첨단 시대를 개척하는 길을 연다는 의미도 있었다.

이 때문에 H2로켓 발사기술이 대륙간탄도탄 제조에 전용될 수 있다거나 정지위성을 군사목적에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주변국가들의 우려와 대부분의 나라들이 우주개발계획을 축소하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이 방대한 우주개발계획을 추진해왔던 것이다.

특히 지난 18일 1차 발사때 카운트다운 다음에도 기쿠6호를 실은 H2로켓 엔진이 분사되지 않아 관계자들을 적지않게 당황시켰다가 28일의 2차시도에서 발사에 성공했던터라 기쿠6호가 일본인들에게는 여간 대견스럽지 않았다.

그날 다나카전총리의 딸인 다나카 마키코(전중구기자)과기처장관은 멀리 규슈 가고시마의 다네가시마 우주센터까지 가서 헬멧을 쓰고 발사광경을 지켜보다가 『너무나도 좋군』이라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기쿠6호는 발사 3일째 타원형 궤도에서 정지궤도인 원형 궤도로 진입하기 위해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엔진을 작동시키려 했지만 분사되지 않았다.

31일까지 모두 3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종내 무응답.기자재비용 4백15억엔(한화 3천4백억원 상당)과 발사비용 1백90억엔(1천5백60억원)을 들인 위성이 졸지에 우주 쓰레기가 돼 버린 것이다.

결국 야마노(산야정등)우주개발사업단이사장과 무라카미(촌상건일)과기처사무차관은 31일 하오7시 기자회견을 갖고 실패를 발표하면서 무라야마총리가 이날 종군위안부문제에 대해 사용한 똑같은 단어로 「사죄」의 뜻을 표했다.다나카 과기처장관은 이날 아무 말없이 일찍 귀가했다.

1일 일본신문들은 「신성의 꿈,우주에 흩어지다」,「멀티미디어전략에 찬물」,「우주는 너그럽지 않았다」는 등의 제목으로 다루어 깊은 실망감을 나타냈다.<도쿄=강석진특파원>
1994-09-02 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