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의 의미/오동춘 시인·외솔회 사무국장(굄돌)

동상의 의미/오동춘 시인·외솔회 사무국장(굄돌)

오동춘 기자 기자
입력 1994-08-09 00:00
수정 1994-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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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해 저녁 때 한글학회 강당에서 국어연구발표회가 끝난 뒤 몇몇 교수들과 근처 다방에서 대화를 나눈 일이 있다.내 곁에는 한국말을 잘 하는 독일 베를린대학 교수가 앉았다.그는 북한 김일성대학에서도 강의를 해 봤기에 한국말을 잘 한다면서 한국에 와 북한방송을 들어 보니 그 말이 꼭 따발총을 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남쪽 한국말은 여유가 있어 좋다고 말하던 그에게 공산주의를 내세웠던 레닌의 동상도 소련에서 무너지고 고르바초프에 의해 종주국의 공산주의가 몰락되고 있으니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는 아예 비교할 바가 안되지 않느냐고 물었다.그랬더니 그 교수는 민주주의의 승리를 긍정하면서 자기가 사는 독일 격언에 「동상은 허만 남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천년만년 갈 것같이 죽지도 않은 산 인간의 동상을 우뚝 우뚝 세워 두지만 그 동상은 오래 가지 못하고 터만 남기고 무너진다는 것이 독일 격언의 의미인 것이다.동상의 거짓이 얼마나 오래 가겠는가.

권력의 상징처럼 남산 위에 우뚝 섰던 이승만 동상은 그가죽기전에 4·19때 무너졌다.그리고 그 자리에는 국민의 존경을 받는 빈 마음의 큰 애국자 김구 선생의 동상이 나라사랑의 상징으로 너그럽고 인자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이다.대한민국 정부로부터 6·25 전범의 낙인을 받은 김일성 역시 그가 살아있을 때 자신의 동상을 하늘을 찌를듯 높이 평양에 세워 놓았다.그리고 이번에 갑자기 김일성이 죽게되자 그 김일성 광장의 동상 앞에 불쌍한 김일성교 교도들이 통곡의 바다를 이뤘다.북한 동포는 아무 자유가 없는 김일성 어버이 수상을 하나님처럼 믿고 살아 온 절망의 동포들이었다.

사람의 가치는 죽은 뒤에 평가되는 것이다.죽기도 전에 세운 동상은 교만의 최대 상징이요 그가 가진 권력에 아첨하는 교언영색의 상징물에 지나지 않는다.김일성 동상도 터만 남는 심판이 멀지 않을 것이다.

1994-08-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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