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감원의 보험사 과잉보호/백문일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보감원의 보험사 과잉보호/백문일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1994-07-27 00:00
수정 1994-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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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회사의 체면과 소비자의 권익­.보험감독원으로서 이 둘이 다 중요할 것이다.

보험감독원은 26일 기자 설명회를 갖고 지급여력이 부족한 생보사에 증자를 권고한다고 발표했다.계약자를 보호하고 생보사의 재무구조를 튼튼히 한다는 취지에 따라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금액이 1백억원에 미달되는 13개 회사를 대상으로 정했다.

계약자가 일시에 계약을 해지했을 경우 현재 또는 1년 뒤에 보험료를 되돌려 줄 능력이 부족한 회사들로 대부분 지난 88년 이후에 신설됐다.그러나 감독원은 각 사의 지급 여력이 얼마인지,소비자가 마음 놓고 보험에 가입할 회사인지의 여부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보험감독원 고위관계자는 변명만 되풀이 했다.『생보사의 체면 때문에 지급여력은 밝힐 수 없다』 『공신력이 떨어지면 영업에 지장이 많다』 『증자가 목적이지,자금사정을 밝히자는 건 아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지급 여력이 부족한 게 알려지면 고객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경쟁사들이 악용할 우려도 있다.또 부족한 자금은 1년이란 유예 기간중 메우면 된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은 다르다.소비자가 보험에 드는 것은 장래의 불확실성 때문이다.현재의 씀씀이를 줄여서라도 혹시 닥칠지 모르는 불행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때문에 보험사는 늘 최악의 사고에 대비,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쌓아 놓아야 할 의무가 있으며 소비자는 이를 알 권리가 있다.그렇지 않다면 미래의 불행은 고사하고 원금을 떼이지나 않을까 하는 현재의 불안감 조차 해소하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신설사들은 사업비를 자산으로 처리하는 등 회계 처리에 많은 혜택을 받았다.그러나 보험계약 규모로 세계 6위,GDP(국내 총생산) 대비 보험료 비율로는 세계 2위인 우리 보험산업의 현실로 볼 때 더 이상 과잉 보호는 없어야 한다.경영이 부실하면 그만큼 대가를 치르게 하고 업계 또한 경쟁력을 높이는데 힘써야 한다.

소비자의 권리는 뒷전에 물린 채 보험회사의 체면과 영업사정만 살피는 감독원의 자세가 아쉽다.소비자의 권익을 더 중시하는 것이 정도가 아닐까.<백문일기자>
1994-07-2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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